[MI-인터뷰]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전기차업계의 애플 목표”
테슬라 시행착오 반면교사 삼아 지난해 매출 전년比 3배 신장
중국‧대기업 공세에 중소기업 기울어진 운동장서 불공정 경쟁
수입차 보조금 총액 제한‧시장독과점 문제 등 규제 필요성 제기
2021-01-05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현재까지의 자동차가 제작자 위주의 생산방식으로 제작됐다면, 앞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성능의 자동차가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에디슨 모터스는 그 변화의 길목에서 우수한 성능과 혁신적인 디자인의 전기차를 양산해 테슬라모터스를 뛰어넘겠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의 향후 목표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전신은 ‘한국화이바주식회사 친환경자동차 생산부서’다. 화이바는 CNG저상버스 ‘프리머스’, 전기차 저상버스 ‘화이버드’ 등을 생산‧공급해왔다. 지난 2015년 10월 중국타이치그룹에 인수돼 TGM으로 불리다가, 2017년 1월 강 회장의 주식회사 ES(신재생에너지 사업 운영)으로 매각됐다. 이후 사명은 에디슨모터스로 변경됐다.
강 회장은 국가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화이바를 인수했다. 강 회장은 “현재 한국의 국가‧기업‧개인 시스템은 2만 달러용으로, 다른 선진국들은 3~5년 안에 넘은 3만달러의 벽을 10년이 지나서야 넘었다”며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 누군가는 나서서 혁신의 밑거름이 되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시켜야 하는데, 그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제가 이룬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하는 확신에서 전기차 업체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테슬라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강 회장은 “컴퓨터 제조 회사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고 스마트폰 혁명을 가져온 것은 불과 10년 전의 일로, 탁월한 디자인과 편의기능 및 인터넷기능의 접목이 이유로 꼽힌다”며 “에디슨모터스는 테슬라모터스 시행착오(재무위기 유상증자로 모면)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난해에는 전년도 대비 3배가 넘는 매출신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중소기업이 중국의 거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강 회장은 “서울시는 2018년 총 29대를 투입하는 일반 노선버스용 전기버스 보급 사업에 대기업 D사와 에디슨모터스와 중국 H사가 우선협상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기뻤지만 실제 계약은 29대 중에서 5대에 불과하고, 대기업 D사 14대, 중국 H사 전기버스 10대가 계약됐었다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 다만 2019년에는 104대 중에서 대기업 D사 65대, 에디슨모터스 29대, 중국 전기버스 10대 계약했으나 납기를 못 맞춰서 0대로 변경되는 등 큰 변화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는 “대기업 D사가 서울시 시내버스 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지나친 독과점 체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전기버스는 중국에서 팔수가 없는데, 중국 전기버스는 우리나라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우리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주고 있다”며 “전기차 회사를 인수해 4년동안 운영하면서, ‘중소기업하기 너무 힘든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도 존재했다. 강 회장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8개 전기버스 업체 중 중국산 브랜드가 4개로 늘었고, 중국산 전기버스도 대당 2억~3억원의 한국정부(환경부·국토부·지자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서, 중국 전기버스를 잘 팔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며 “반면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국내 자동차 인증기준이 중소기업들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심각한 건 관련 정부 주무부처나 국회 등에서도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입 전기차에 대해서는 보조금 총액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회장은 “중국은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막고 있는데, 우리정부는 뭐가 무서워서인지 보조금 줘가면서 중국차를 다 받아들이고 있어 우리 중소기업들이 아무리 애써도 중국차의 저가 공세를 막을 수가 없다”며 “이에 따라 국내도 수입차에 대해서는 보조금 총액이 차량 수입가격의 5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상대적으로 저가지만,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창원시 M여객과 강원도에서 국산 전기버스에 비해 많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2017년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해서 운행했다. 그 결과, 한 달에 10일 정도는 수리한다고 서 있었고, 문제가 되는 모터 등을 교체했음에 불구하고 AS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도 제기했다. 강 회장은 “2018년 들어서 한 대기업의 전기버스 시장점유율이 70%를 상회하고 있는데, 품질이 우수하거나 가격이 저렴해서 잘 팔리고 있다면 중소기업들이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대기업이 판매한 전기버스를 2017년 12월부터 6개월 동안 운행해온 업체들에 따르면, 전기모터 불량 문제로 10대 중 1대는 수리한다고 서있고, 언덕길을 오르다가 정차한 경우에는 뒤로 밀리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표방하는 이번 정부에서는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도 시장점유율이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며 “중국 전기버스의 안전성과 품질의 신뢰성 등을 우리나라 인증기준에 맞춰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중소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가 아닌, 공평하고 평등한 시장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