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심화로 디플레 공포 현실화 우려

저물가 기조 장기화 시 디플레 리스크 확대 전문가들 "이미 디플레 초입 들어서" 관측도

2020-01-05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올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내수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경우 지난해 제기된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내수시장에서 소매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내구재 소비 활력도 뚜렷이 약해지는 등 소비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해 소비자물가는 0.4% 상승에 그쳐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물가 변동폭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의료비·교육비에 대한 복지정책 확대 및 유류세 인하 등 공급 요인이 수요 요인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두드러졌던 농축수산물이나 석유류 가격 기저효과, 또 정부 정책 효과가 사라지면 올해에는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급 요인보다는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요인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농수산물 가격 하락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근본 원인은 경기부진으로 수요측면에서의 가격인상 압력이 낮은 데 따른 것”이라며 “올해 소비자물가는 0.5%, 내년에도 0.8% 수준의 낮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정부는 고용과 복지 관련 지출을 늘리고 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내수 진작에 나설 방침이지만 소비 하향 흐름을 막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끌어올려 전체 임금 수준이 상승했음에도 0%대 물가를 기록했다는 것은 디플레이션 초입에 다다랐다는 증거”라는 반론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 상황에 당장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세계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 필요성이 줄어드는 소프트화 현상으로 원자재 수요가 둔화되고 고령화로 소비수요 활력도 낮아지면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례가 점차 잦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수요 둔화 추세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저물가 기조 장기화 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리스크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