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라임사태, 폰지가 더 큰 폰지에 물린 ‘웃픈’사연

손실 메꾸기 위해 돌려막기식 폰지 미국 다단계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해 자금 묶여 미 무역금융 IIG,라임자산운용,국내금융기관,개인투자자의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

2021-01-07     이승익 기자
이승익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슬픈 현실이지만 이같이 '웃픈' 현실도 없다. 지난해 11월, 필자가 예고한 바와 같이 라임자산운용사태의 본질은 ‘폰지사태’라 이미 예견한바 있다. (지난 2019년 11월 18일자 [데스크칼럼] 라임스캔들, 대형금융기관과 공모한 ‘폰지게이트’ 참조) 펀드의 돌려막기를 위해 더 큰 수익을 고객들에게 내걸 수 밖에 없었던 라임자산운용은 손실이 확대된 자사의 펀드 손실을 복구하고자 미국 폰지 무역금융펀드에 무리하게 투자한 일이 뒤늦게 발각됐다.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질러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됐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이 2400억원대 규모로 무역금융펀드(무역금융 투자 플루토TF 1호펀드 재간접펀드)를 투자한 것이다. SEC의 이번 조치로 펀드자산이 동결되면서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손실 볼 것을 알면서도 투자자를 모집했냐는 점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11월 IIG로부터 투자자산의 손실을 통보받고서도 1년동안 계속된 투자자를 국내 금융기관 창구를 통해 모집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무역금융펀드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R사에 넘기며 투자자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두고 사기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하나 이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복구할 방법이 없다.  결국 무리한 상장기업 메쟈닌 투자를 통해 손실이 커지자 미국까지 원정을 가 투자한 금융상품은 결국 더 큰 폰지사기를 야기했다. 라임자산운용은 국내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자신들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을 통한 다단계 돌려막기식의 폰지사기를 똑같이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았다. 악순환의 되풀이다. 지금까지 다단계 방식의 폰지사기는 기업의 형태였다. 조희팔이나 주수도 등 국내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들은 제품을 팔면서 고수익을 보장했다면 이번 라임 사태는 폰지사기 금융상품을 국내 대형 은행들을 동원해 판매한 신종 다단계 금융사기다. 피해액도 몇 조가 될지 금융당국은 아직 특정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금융시장 구조적 허점을 악용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일파만파 전이된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번 라임사태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되는 이유다. 현재 라임의 290개 사모펀드 설정액은 작년말 4조4000억 원으로, 7월보다 1조5000억 원(2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런’의 시작이다. 문제의 펀드를 판매 대행한 금융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그런데 이들이 원금손실이나 환매 지연 가능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채 불완전 판매했다는 투자자들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된다. 사실로 입증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상품 내용이나 위험을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경우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 작년 은행들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크게 말썽도 빚었다. 저금리 추세에 사모펀드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펀드 판매와 운용과정이 불투명해 시장은 아직도 혼란스럽고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허술하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3월부터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고 투자한도 금액도 높이기로 했지만 시장질서 확립의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에서 그렇게 경고해도 금융당국의 대처는 여전히 한템포 느리다. 언제까지 피해는 힘없는 개인들의 몫으로 남아야 할지. 금융당국이 지금이라도 소 잃고 제대로 외양간을 고쳐줬으면 하는 바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