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순탄했던 정홍원 청문회
책임총리역량·현안 이해도 집중 검증…정 후보자, 각료제청권·해임건의권 행사 약속
2013-02-20 고수정 기자
“팀워크 안 맞을 사람엔 ‘NO’할 것”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총리의 장관 제청권은 헌법상 권한이자 함께 일할 국무위원을 선택할 권한이므로 어느 정도 행사해야 한다”며 “팀워크가 안 맞을 사람에 대해 ‘노’(No)라는 의사 표시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대통령이 모든 정책을 조정·지휘할 수 없다”며 “따라서 총리의 정책 조정·주도 역할은 대통령의 리더십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정 후보자의 자질·능력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책임총리,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 등을 약속한 바 있다”며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일부 장관 내정자와 관련한 의혹 등을 거론, 박 당선인의 조각 인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정 후보자가 실질적인 ‘추천권’을 행사했는지 집중 추궁했다.민병두 의원은 “장관 후보자 면면을 보면 논란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총리 후보자가 법에 규정된 대로 박 당선인과 충분하고 긴밀한 협의를 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겼겠느냐”고 따졌다.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정 후보자가 장관 제청권자인데 이번 조각 인사는 실패한 것 아니냐”고 가세했다.이에 대해 홍일표 의원은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조각을 놓고 친정체제, 박 당선인의 만기친람형 조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으나 이는 매우 성급하고 잘못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정 후보자는 이번 새 정부 조각에 임명제청권을 행사했느냐는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의 질문에 “했다”고 답변했다.그는 “업무수행에 미진한 국무위원이 나오면 해임건의권을 활용할 계획이냐”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의 질문에 “당연히 해임건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운영 과정에서 판단할 문제라 예단은 어렵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상식적으로 도저히 국정수행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정 후보자는 “책임총리는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의 권리와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라며 “여러 의문이나 미진하다는 비판을 참조해 충실한 각료 제청권 행사를 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정 후보자는 다만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것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 대해 “적합 여부를 떠나 거기에서 근무한 경력이 결격사유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또 그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전에 현 직제에 없는 부처의 장관 내정자 인선이 이뤄진 것과 관련,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 점도 고민했으나 새 정부 출범이 너무 임박했다”며 “한없이 미룰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음을 이해해주고 도와줬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북핵에 대처하는 정 후보자의 자세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비롯한 안보 위기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국내외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대책을 수립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도 이뤄졌다.정 후보자가 30년간 검찰 조직에 몸담은 만큼 국정을 통할할 총리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따른 것이다.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정 후보자에게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정 후보자는 “핵관계 조약에 가입한 우리 입장에서 핵 보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입장에서 자기주장은 할 수 있으나 국가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는 (여러 의견을) 취합해 (결정)할 문제”라고 답변했다.이어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 남북 간 신뢰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남북을 둘러싼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북핵을 제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외교방침에 관해서는 “미국과는 동맹관계로, 중국과는 동반자관계로 신뢰를 쌓아왔고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있다”며 “이 상황을 더 발전시키고 상호신뢰를 더 높여 안보상 도움을 얻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정 후보자는 또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가”라고 묻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3차 핵실험의 위력에 대해선 “굉장히 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야권 등의 대북특사 파견 주장과 관련, “지금은 그런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는 “공산주의라는 것은 강한 데에 약하고 약한 데에 강하기 때문에 우리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 (북한이) 언젠가 대화에 응해 오리라고 본다”며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하면서 대화는 대화대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저기서(북한이) 저렇게 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와 세계평화에 대한 큰 도전으로, 우리가 신뢰를 쌓아가자고 하는 마당에 손바닥 내미는데 한방 치는 꼴이어서 안타깝다”며 “장기적으로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마당에 대화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피한데 방법의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부동산 경기 대책 마련 피력
정 후보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바닥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주택 경기 침체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무총리 주도의 종합대책 마련 필요성을 밝혔다.정 후보자는 “거래도 많이 끊어졌고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등의 용어까지 나오고 있어 주택경기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주택매입제도, 모기지제도, 행복주택제도 등을 활성화해 문제를 해결해 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주택경기 문제를 풀기 위해 총리 주재의 종합대책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의 주장에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그것이야말로 총리가 할 일”이라고 화답했다.
‘박정희 정권’ 역사 인식 질의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정희 정권 시절의 유신헌법과 5·16 쿠데타 성격 규정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정 후보자는 유신헌법에 어떻게 생각 하냐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질문에 “헌법 가치를 파손시킨 반민주적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있게 견해를 밝혔다.정 후보자는 또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5·16은 군사혁명인가 쿠데타인가’라는 질문에 “교과서에 ‘군사정변’으로 기술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고 언급했다.그는 ‘프레이저 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계좌를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관리했다는 것인데, 3공화국에서부터 5공화국까지 권력 실세의 계좌정보 요구권을 행사할 의향이 있느냐’는 민 의원의 질문에 “취임하게 되면 어떻게 행사가 가능한지,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등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이밖에 여야 의원들은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를 포함한 복지정책 등 박 당선인이 지난 대선 때 제시한 공약의 이해도 및 이행 의지도 집중 질의했다.
한편 정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는 사흘간 진행되는 인사청문회에서 꾸준히 제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