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철면피처럼” “적폐량 불변”
2021-01-09 송병형 기자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이 정권은 사실상 북한 문제 하나에 올인 했다. 박근혜 정부의 온갖 병폐와 불통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바닥을 기었던 제1야당, 그래서 ‘자영업자들의 집합’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국정을 이끌어갈 능력도 준비도 없었던 상태의 민주당, 그것도 당내 권력투쟁만이 유일한 관심사였던 친문 세력이 별안간 정권을 잡게 됐으니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친문의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말하지 않았던가. “남북 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 나머지는 대강해도 괜찮다”(2002년 5월 28일 인천 부평역 정당연설회)라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실천이라도 하듯이 국정 전반에서 ‘깽판’을 치기 시작했다. “전리품 잔치”라고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해 왔던 ‘낙하산 인사’를 정말 제대로 했고, 5000만 국민들의 생계를 듣도 보도 못한 경제학 가설의 실험재료로 사용했다. 그리고 대통령부터 시작해 여당 지자체장까지 국력을 총동원해 북한 하나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30년 동안 해결은커녕 악화만 돼 온 북한 문제가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해결될 리 만무했다. 한반도 데탕트가 이미 온 것 같았던 정세는 북한 문제의 본질에 다다르자 실체를 드러냈다. ‘3대 세습 왕조’라는 현대사 유례없는 비정상적인 체제에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30년 북핵사의 교훈이 재확인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자신의 주도로 한반도 전쟁 위기를 모면했다며 여전히 자신의 해법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외친다. 급기야 북한마저 이런 모습에 질렸는지 “어처구니 없는 것은 남조선 당국자가 조선반도에서의 대화 평화 흐름을 마치 저들이 주도하기라도 하는 듯이 자화자찬하면서 철면피하게 놀아댄 것”(2020년 1월 6일 우리민족끼리)이라고 한다. 북한은 화성-15형 개발로 핵협상의 빅카드를 틀어쥐자마자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2018년 북미 대화 시작은 자신들의 전략적 결정이었음에도 마치 남쪽이 한반도 평화 중재외교의 성과인양 자화자찬하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남쪽에서도 답답증이 퍼져나가고 있다. 다 깽판 쳐도 북한 성과 하나로 80%를 웃도는 지지율을 누렸던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북한 문제가 과거 패턴으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검찰개혁 하나에 올인 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들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식)이라고 ‘스스로’ 강조했던 그 대통령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식언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손을 빌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과 친문 핵심들의 권력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을 ‘민주적 통제를 위한 개혁 인사’라는 이름으로 숙청했다. “권력의 눈치도 보지 말고 사람에 충성하지 말라”는 그 대통령의 당부를 곧이곧대로 실천한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받은 수모를 넘어서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이를 두고 진중권 씨는 “자유한국당을 몰아낸다고 적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바로 더불어민주당 적폐가 자리잡는다. 진중권의 제1법칙=적폐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