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약·바이오업계, 두 마리 토끼 잡는 ‘AI’ 신약개발 사활

신약 개발 기간·비용 절반 줄어, 임상 실패율도 낮아 ‘눈독’ 13일부터 열리는 美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주제 ‘AI’ CJ헬스케어·유한양행 등 AI 업체와 협업해 신약 개발 한창 SK바이오팜 등 자체 AI 플랫폼 구축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업계 “올해 실질적 움직임 가속화” “활용 방식 혼란 등은 과제”

2021-01-12     김아라 기자
SK바이오팜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부터 4일여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I가 올해 첫 메인 주제로 선정될 정도로, AI 기술이 신약개발 연구 시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제약·바이오 산업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되고 약 1~2조 원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AI의 도움을 받게 되면 신약 개발 기간은 평균 3~4년으로 단축되고, 개발 비용도 6000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AI는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골라내기 때문이다. 이에 임상 실패율 역시 줄어든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AI 기업과 협업하거나 자체 AI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CJ헬스케어는 최근 AI 솔루션 업체 ‘스탠다임’과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스탠다임이 자체 AI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 신약에 적용할 수 있는 화합물을 찾아내면 CJ헬스케어는 해당 화합물의 물질 합성과 평가를 진행하는 식이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내년까지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도출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팜은 앞선 2018년 SK C&C와 ‘인공지능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그동안 축적해온 신약 후보물질 데이터로 화합물 데이터 보관소를 구축했다. 여기에 저장된 신약 후보물질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AI 기법으로 약물 효과를 예측하고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하는 데 활용 중이다. SK C&C는 한 발 더 나갔다. AI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 개발사 스탠다임에 100억 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JW중외제약 역시 자회사인 C&C 신약연구소를 통해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를 구축했다. 암 환자의 세포주를 이용한 약물 스크리닝과 약물 설계 프로그램 등이 데이터베이스화된 플랫폼이다. 질환별 특성에 맞는 파이프라인을 별도의 실험 없이도 골라내고 상용화 여부를 판단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AI 플랫폼을 확보한 캐나다의 차세대 바이오테크 기업 사이클리카와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유한양행은 사이클리카의 AI 플랫폼을 자사 연구·개발 프로그램 2개에 적용해 적합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진 후보물질들을 빨리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6월 국내 AI 기반 플랫폼 개발업체 신테카바이오에도 50억 원을 투자했다. 한미약품도 임상시험에 AI 플랫폼을 적용한 메디데이터를 도입했다. 대웅제약은 AI 전담팀을 꾸려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원과 인공지능 신약개발 및 바이오메디컬 관련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AI에 대한 학습과 준비 단계였다면 올해는 실질적인 움직임이 가속될 것”이라면서 “세계 트렌드가 AI로 향하는 상황에서 국내 신약 개발 AI 솔루션 업체의 역량도 인정받는 만큼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의 신약개발 접목에 관한 장기적 안목이나 역량이 결여된 상태로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거나 정보취득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AI 기술이 자료 취합 등 단순 보조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