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름잡는 국내 기업…‘규제 개혁’ 지원 절실

황병준 매일일보 산업팀장.

2021-01-12     황병준 기자
황병준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역시 ‘삼성’과 ‘LG’ 였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 ‘CES 2020’은 한국기업들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장 큰 전시관은 물론 혁신의 주인공, 관람객들의 볼거리 중심에는 국내 기업들이 있었다. 주요 IT 매체들도 삼성과 LG의 첨단 기술력과 혁신 제품을 올해 CES 최고로 치켜세웠다. 또한 전시회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선정한 ‘CES 혁신상’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부분을 휩쓸면서 최고의 영광은 한국 기업의 몫으로 돌아왔다. 이번 CES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미중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중국 기업들이 주춤하면서 한국기업들이 최대 이벤트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기업인이 CES 기조연설자로 나섰고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설에 초대 받지 못했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이번 CES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신차가 아닌 미래차 기술을 선보이면서 하늘을 나는 혁신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만족하기엔 이르다. 신산업을 이끌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가 국내에서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제도로 인해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 기술이 CES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래 기술의 이끌 신산업을 추진하는 제도가 국내 산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CES 현장 관전 직후 “우리가 중국보다 존재감이 못한 게 안타깝다”며 드론을 예로 들며 “규제의 틀 때문에 발전을 못한 거 아닌가(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잠자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 9일에서야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다. 데이터 관련 규제로 인해 기업들은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산업계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빅데이터의 활용이 용이해 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과 데이터 경쟁을 따라갈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가장 큰 기대 중 하나는 ‘규제 개혁’이다.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낡은 규제를 타파하고 기업의 혁신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규제 해소’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찾고 나아진 경제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며 “혁신의 기운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올해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고 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혁신을 가져올 지는 미지수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도 지지부진한 모습하다. 또한 지난해 신설된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의 추진 의지에 비해 기업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계는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신사업 개척을 위해 규제 개혁을 주장하고 하고 있지만 정부는 혁신성장 기조와 함께 규제 양산에도 집중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산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사상 최악의 평가되는 20대 국회는 ‘밥그릇싸움’에 혈안이 되면서 ‘규제 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리기 위해서는 신사업을 통한 미래먹거리 개척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개혁하는 정부의 모습은 항상 뒷전이다. 관련 부처가 산업의 성장을 위해보다 빠르게 대처하고, 낡은 규제를 먼저 개선하는 해안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