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3년 만에 사장 승진…조원태 회장에게 두터운 신임 받아
업황 부진으로 최악의 위기 직면…올해도 불확실성 높아 수익성 총력
2020-01-14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대한항공이 전례 없는 업황 부진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 친데다 연초부터 발생한 이란 사태로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지난달 승진한 우기홍 신임 사장은 회사의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우 사장이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우 사장을 중심으로 주력사업의 수익성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 사장은 1987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에 입사해 대한항공 여객전략개발부 담당,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장,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아왔다.
우 사장은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조원태 회장에게도 두터운 신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조원태 회장의 첫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지난달 2일부로 대한항공의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해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의 여파 탓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손실은 피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70% 급감한 117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통상 4분기가 비수기에 해당하는데다 한일 갈등 장기화, 홍콩 시위로 인한 정세 불안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3.3% 감소한 3조1861억원, 영업손실은 223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근속 만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 단기 희망휴직을 진행한 데 이어 12월엔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대한항공의 희망퇴직은 2013년 이후 무려 6년 만이었다.
올해 역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과 주력사업의 수익성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려야 한다”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사업과 신규 시장 개발 등을 통한 수익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델타항공과의 JV는 대한항공 실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V를 통해 미주 노선의 탑승률이 높아지면서 퍼스트 클래스 등 높은 등급의 좌석 탑승률도 동시에 올라가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모바일서비스도 대폭 강화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카카오와 고객 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존 방식을 탈피하고, 정보기술(IT), 마케팅이 접목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MOU에 따라 양사는 플랫폼, 멤버십,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제공해 나가기로 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카카오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항공 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협력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우 사장은 “카카오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카카오의 우수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대한항공의 고객 서비스, 항공권 판매,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고객 가치를 높일 예정”이라며 “항공사와 ICT 기업의 사업 협력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