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어느 전기차 대표의 한숨

전기차 에디슨 모터스 강영권 회장 정부정책 고언 프런티어 사업가들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

2020-01-15     이승익 기자
이승익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프런티어는 항상 외롭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하기에 모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대한민국 프런티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프런티어들의 열정만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적,금전적 비용은 말할 것 도 없고 관계된 법령과 정책제안 등 정부가 해야할 일도 고민해야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필자는 최근 국내 전기차 업계의 프런티어인 에디슨 모터스 강영권 회장과 저녁을 하며 세상 돌아가는 담소를 나눴다. 강회장은 뼈속까지 프런티어다. 첫 직장은 "일본을 앞서는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을 꿈꾸며 공영방송 KBS에 입사를 했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다큐멘터리 제작 기획는 오지 않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뭐든지 하게 해주겠다는 선배의 말에 SBS로 이직한 후, 간판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초대 PD를 맡게 됐다. 그뒤로 궁금한 것은 직접 검증을 하고 파헤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촬영 일화를 듣다보면 필자가 20년차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으로서 저널리즘과 탐사정신이 그에 비해 조족지혈로만 느껴지게 한다.    강회장의 ‘프런티어 DNA’는 이후 방송국을 그만두고 사업에서 더더욱 두각을 나타냈다. 산업폐기물소각로, 의료폐기물소각로,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 등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사업이 성장하고 50% 이상되는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하자 그는 과감히 회사를 매각했다.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면 수조원대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그는 인생의 목적이 돈이 아니었다. 늘 빌게이츠의 사회공헌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친환경차 기업이었던 화이바의 인수제안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에디슨모터스의 시작이다. 강회장은 지금도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와 식사를 하는 시간의 절반은 그가 하고 싶은 사업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환갑의 나이를 훌쩍넘긴 강회장의 젊은 열정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열정을 풀어가는데 있어 정부와 공무원들에 대한 쓴소리도 남은 절반을 통해 듣게 됐다.  대략 그의 비판은 이렇다. 정부의 친환경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가장 친환경적인 원자력 산업을 붕괴시키며 국가 경쟁력과 국부손실을 불러온 점, 한때 지구 온난화문제로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며 전기차 사업을 육성하며 활성화했던 국가 컨트롤 타워가 느닷없이 검증도 안된 수소차 산업으로 방향이 돌려지는가 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활성화하며 전기차굴기를 자랑하는 중국업체들에게 오히려 국민의 혈세로 지원을 하는 점, 국내 자동차 인증기준이 대기업 위주로 되어 있는점, 시내버스 전체 시장의 90%가 대기업에 몰려 있는 점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비판과 대안도 들을 수 있었다. 작년부터 文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들의 규제를 풀어 활로를 열겠다며 규제혁신의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국민들의 호응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규제만 풀어주는 선에서 끝이 난다면 4차산업이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잡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4차산업은 선점과 스피드다. 지금의 규제혁파를 넘어 기업인들과의 소통을 이벤트가 아닌 상시기구를 만들어 부처 관료들과 공무원들과의 잦은 만남을 의무화해야 한다. 소통이라는 단어도 어찌보면 약해 보인다. 지금의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시스템을 보강해 의무적인 정례회의를 만들고 옴부즈만 제도를 더욱 확대해 운영해야 한다. 우리가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이유는 프런티어 사업가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고 신속한 법령을 제정하고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봉사와 서비스 정신을 아끼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우리도 스티브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히어로가 나와 일자리도 많이 창출해주고 국가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준다면 대한민국의 경제 선순환은 건강하게 돌아갈 것이다. 프런티어 사업가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져야되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