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압박 나선 조현아 vs 방어책 고심 조원태
조현아, KCGI‧반도건설 등과 접촉…“모든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어”
경영권 분쟁 격화에 조원태, 방어책 고심…지배구조 개선책 내놓을 수도
2021-01-16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요 주주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수면 위로 급부상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격화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과 ‘합종연횡’을 벌일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은 위태로워진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측은 최근 3자 회동을 갖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3월 주주총회에서 연대해 공동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공개 비판하며 ‘남매의 난’이 불거졌을 때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KCGI는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총수 일가를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등을 맡았던 조 전 부사장이 호텔 경영에 강한 애착을 가진 반면 KCGI는 한진그룹이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호텔 사업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들이 한 배를 탈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모든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다”며 “아직 당사자들과 협의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누구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조 회장과 막판 화해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KCGI와 연대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 놓은 셈이다.
만약 재계 안팎의 예상을 깨고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연대할 경우 지분율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우호지분 확보에 비상이 걸린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조만간 주요 주주는 물론 외국인 주주와 소액 주주 등을 만족시킬 만한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책 등의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