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법 복잡해지는 한진家…예측 가능 시나리오는?
조현아, KCGI‧반도건설과 연대할 경우 지분 31.98% 확보
이탈시 한진 총수 일가 지분 28.94%→22.45%로 대폭 감소
연대 확정시 3월 주총 표 대결로 향후 경영권 향방 결정될 듯
2021-01-16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주요 주주들과의 연대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측은 최근 3자 회동을 갖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3월 주주총회에서 연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에 한발 다가간 셈이다.
한진칼은 오는 3월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조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23일까지다.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 등과 연대할 경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은 불발될 수 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연대할 경우 지분율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미 KCGI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린 데다 반도건설이 최근 경영 참가를 전격 선언하며 한진칼 지분을 8.28%(의결권 유효 기준 8.2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이 둘과 손잡은 것만으로도 조 회장에게 강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등을 돌리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94%에서 22.45%로 줄어든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의 지분 10.00%를 더해도 32.45%에 그친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KCGI(17.29%)와 반도건설(8.20%)의 지분을 포함해 31.98%를 확보한 셈이 된다. 이 경우 양측의 차이가 불과 0.47%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주총에서의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총에서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작년 주총 당시 “진짜 승부는 올해 주총”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주총 참석률은 작년(77.18%)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아직 3자 간의 공동 전선 구축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당분간 주주 간 합종연횡을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반도건설이 ‘캐스팅보트’를 자처하고 나선 만큼 향후 한진그룹의 일감 따내기 등 사업상 이익을 위해 양쪽을 계속 저울질하며 몸값 올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성탄절 소동’을 겪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아직 누구의 편을 들어줄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모녀마저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릴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국민연금(4.11%)이 올해 주총에서도 어떤 선택을 할지도 미지수다. 작년 주총에서 당시 3대 주주(7.34%)였던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측근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고문과 조 전무 입장에서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실로 이어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 전 부사장이 실제 주요 주주들과 연대할 경우엔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져 3월 주총에서 표 대결로 최종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전까지 총수일가와 주주들의 기싸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