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마당에 처녀딱지 좀 떨어지면 어때”

동반자살人 구하는 10대 여성들 유인해 성폭행한 파렴치 자살블로그 운영자 덜미

2010-04-30     류세나 기자

블로그 운영하며 ‘호시탐탐’ 범행대상 물색
범행 은폐위해 공기주사 등으로 살해 시도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최근 우리사회에 ‘자살’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지난 몇 주간 강원도에서만 십여 명이 동반자살을 했고,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자살, 또는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슈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인터넷 자살카페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자살사이트가 사회적 문제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점을 악용한 성범죄가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살카페를 운영하던 30대 남성이 자살을 결심한 여성들을 유인해 성폭행을 일삼은 것. 심지어 이 남성은 피해여성들에게 자살을 종용한 것은 물론 자신의 범행은 은폐하기 위해 살해시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충격적인 사건을 취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8일 동반자살할 사람을 찾는 십대 여학생들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살해하려한 혐의로 정모(32∙무직)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모 포털사이트에 자살 블로그를 개설, 운영해온 피의자 정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한 대학생 A(19)양에게 동반자살할 것처럼 “함께 죽자”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 같은 달 23일 모텔로 꾀어낸 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다음날 또 다른 피해자 B(17)양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접근해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피해 여성들에게 공기주사를 넣는 등 실제로 죽게 하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한 여성들에게 쪽지와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동반자살을 권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절박한 마음에 자살 블로그 찾았다가…

자살을 결심하고 있던 여대생 A양은 지난달 중순께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돼있는 자살 관련 블로그에 접속했다. 블로그 곳곳에는 자살과 관련된 글과 사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네티즌들이 이곳에서 자살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블로그 운영자 정모씨로부터 “내가 도와줄 테니 나와 함께 죽자”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자살을 결심했지만 혼자 목숨을 끊는 게 두려웠던 A양은 쪽지를 통해 정씨와 연락처를 주고받고 같은 달 23일 오후 9시께 서울 서초동의 한 모텔에서 정씨를 만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라”며 A양에게 술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술에 취하자 드디어 정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죽기 전에 마지막이니까 상관없다” “죽어서 처녀귀신이 되면 안 되지 않느냐” 등의 황당한 말로 A양을 강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양이 반항하자 “(성관계를) 안하면 혼난다”며 겁을 주고 구강성교를 강요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 정씨의 만행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정씨는 자신의 범죄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A양을 살해할 목적으로 3회에 걸쳐 김양의 팔에 공기가 들어있는 주사를 투입했으나 혈관을 찾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 혈관에 공기가 투입될 경우 공기가 혈관 내 혈소판과 만나 혈액이 응고돼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거 당시까지 ‘목표물’ 물색에 여념

이와 관련 정씨는 경찰에서 “동반자살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A씨를 만났던 것이지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만났던 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경찰은 정씨가 동일한 수법으로 두 명의 성폭행하고 살해시도까지 했다는 점에서 정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적은 것으로 추정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여죄를 수사중이다.실제로 정씨는 A양을 만나 범행을 저지른 다음날인 같은 달 24일, 고교생 B양을 똑같은 수법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수십 알 복용하게 한 후 항거불능상태인 B양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B양 역시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이 같은 정씨의 범행은 A양이 유서를 남긴 채 사라졌다는 A양 가족의 실종신고로 드러나게 됐다. 이에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A양의 신변을 확보하고 A양으로부터 정씨의 범행을 파악, 지난달 25일 오후 서초동의 한 PC방에 있던 정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검거 당시에도 자신의 자살 블로그에 접속해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경찰관계자는 “정씨 본인은 정작 목숨을 끊을 의사가 없으면서도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어린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고 자살을 종용하기도 했다”며 “또 자신의 죄를 은폐할 목적으로 서슴지 않고 살해시도를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한편 정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