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마당에 처녀딱지 좀 떨어지면 어때”
동반자살人 구하는 10대 여성들 유인해 성폭행한 파렴치 자살블로그 운영자 덜미
2010-04-30 류세나 기자
블로그 운영하며 ‘호시탐탐’ 범행대상 물색
범행 은폐위해 공기주사 등으로 살해 시도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최근 우리사회에 ‘자살’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지난 몇 주간 강원도에서만 십여 명이 동반자살을 했고,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자살, 또는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슈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인터넷 자살카페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자살사이트가 사회적 문제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점을 악용한 성범죄가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살카페를 운영하던 30대 남성이 자살을 결심한 여성들을 유인해 성폭행을 일삼은 것. 심지어 이 남성은 피해여성들에게 자살을 종용한 것은 물론 자신의 범행은 은폐하기 위해 살해시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충격적인 사건을 취재했다.
절박한 마음에 자살 블로그 찾았다가…
자살을 결심하고 있던 여대생 A양은 지난달 중순께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돼있는 자살 관련 블로그에 접속했다. 블로그 곳곳에는 자살과 관련된 글과 사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네티즌들이 이곳에서 자살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블로그 운영자 정모씨로부터 “내가 도와줄 테니 나와 함께 죽자”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자살을 결심했지만 혼자 목숨을 끊는 게 두려웠던 A양은 쪽지를 통해 정씨와 연락처를 주고받고 같은 달 23일 오후 9시께 서울 서초동의 한 모텔에서 정씨를 만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라”며 A양에게 술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술에 취하자 드디어 정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죽기 전에 마지막이니까 상관없다” “죽어서 처녀귀신이 되면 안 되지 않느냐” 등의 황당한 말로 A양을 강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양이 반항하자 “(성관계를) 안하면 혼난다”며 겁을 주고 구강성교를 강요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 정씨의 만행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정씨는 자신의 범죄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A양을 살해할 목적으로 3회에 걸쳐 김양의 팔에 공기가 들어있는 주사를 투입했으나 혈관을 찾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 혈관에 공기가 투입될 경우 공기가 혈관 내 혈소판과 만나 혈액이 응고돼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검거 당시까지 ‘목표물’ 물색에 여념
이와 관련 정씨는 경찰에서 “동반자살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A씨를 만났던 것이지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만났던 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경찰은 정씨가 동일한 수법으로 두 명의 성폭행하고 살해시도까지 했다는 점에서 정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적은 것으로 추정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여죄를 수사중이다.실제로 정씨는 A양을 만나 범행을 저지른 다음날인 같은 달 24일, 고교생 B양을 똑같은 수법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수십 알 복용하게 한 후 항거불능상태인 B양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B양 역시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이 같은 정씨의 범행은 A양이 유서를 남긴 채 사라졌다는 A양 가족의 실종신고로 드러나게 됐다. 이에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A양의 신변을 확보하고 A양으로부터 정씨의 범행을 파악, 지난달 25일 오후 서초동의 한 PC방에 있던 정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검거 당시에도 자신의 자살 블로그에 접속해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경찰관계자는 “정씨 본인은 정작 목숨을 끊을 의사가 없으면서도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어린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고 자살을 종용하기도 했다”며 “또 자신의 죄를 은폐할 목적으로 서슴지 않고 살해시도를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한편 정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