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법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점이다. 과거 법률은 뭔가 일상생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나와 상관없는 존재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생각이 많이 달라진 듯하다. 일상생활에서 법률을 늘 접할 수 있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우리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을 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법률을 이용하여 소송을 제기하거나 고소, 고발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법치주의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정치권에서 정치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학교에서 교육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모두 사법부로 몰리고 있다. 재판의 특성상 일반인의 법감정과 괴리된 판결이 선고될 수 있고 다시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쌓인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당부당은 잠시 미뤄놓고, 범죄피해를 입은 경우 어떻게 고소를 하여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범죄피해를 입은 경우 경찰 내지 검찰에 고소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이 입은 범죄사실, 범죄를 저지른 사람(피고소인)의 성명, 연락처,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인적사항을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으나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피고소인을 ‘성명불상자’로 기재하고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이 피고소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한다. 물론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여도 피고소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불가피하게 수사가 장기화되고 수사가 정지되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범죄사실을 기재할 때 무리하게 어떠한 범죄인지 법률적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고소를 하는 사람이 횡령 및 공중밀집강제추행으로 고소를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범죄사실을 확정한 후 배임 및 준강제추행으로 죄명을 변경할 수 있다. 고소를 할 때 중요한 점은 자신이 입은 범죄사실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기, 배임 등 경제범죄로 고소를 할 경우 개인 간의 민사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임을 정확히 기술해야 한다. 막연히 A가 돈을 갚지 않는다며 사기로 고소하더라도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A에게 처음부터 사기 고의가 있음을 소명해야 한다. 돈을 줄 당시 A가 변제할 능력 및 의사가 없었음을 증거를 통해 입증할 필요가 있다.
간혹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왜 증거까지 만들어서 제출해야 하냐며, 그것은 수사기관의 업무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 지적이 맞다. 하지만 넘쳐나는 고소 고발 사건에서 수사관이 모든 사건의 증거를 전부 수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사건의 경중에 따라 투입되는 수사력의 정도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므로 확보할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증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고소장에 자신이 입은 피해의 정도와 억울함을 구구절절 기재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피고소인을 처벌할 수 있는지는 결국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결정된다. 어떠한 증거가 필요한지, 무엇이 중요한 증거인지 모를 경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일선 경찰서마다 변호사가 민원상담을 해주므로 이러한 제도를 적극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