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문성·정책검증 vs 野 도덕성 파상 공세

새 정부 장관 내정자 첫 청문회…문광 유진룡·안행 유정복·환경 윤성규

2013-02-27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부터 공식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완전한 내각 구성을 위한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27일 시작됐다. 여야는 이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 윤성규 환경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내달까지 각 부처 장관 내정자의 업무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유진룡 문광 내정자
위장전입·세금탈루 의혹 난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여당은 주로 유 내정자의 전문성과 정책검증에 주력했고, 야당은 유 내정자의 위장전입 및 세금탈루 의혹 등 도덕성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펼쳤다.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미리 배포한 질의서에서 “유 내정자가 공직 퇴임 후 을지대와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5년여간 5억2200만원의 소득을 올렸고 문화부 연관기관 등 10여개 기관의 비상임이사, 위원, 고문직으로 활동하며 500만원 가량의 추가 소득을 올렸다”며 ‘특혜성 조치’가 아니냐고 따졌다.

또 강 의원은 유 내정자가 2008년과 2011년 수의계약으로 각각 4800만원, 2800만원의 연구용역을 수주했다면서 “문화부 퇴직 후 수의계약 형식으로 친정에서 수천만원의 연구용역을 받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노웅래 의원은 “유 내정자는 2007~2009년 누나, 형 등과 공동 소유한 서울 신당동 동평화시장 상가건물에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의 임대수입을 올렸으나 보증금 500만원, 월세 80만원으로 축소 신고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유 내정자가 2009년 상가 지분을 누나에게 매각한 데 대해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7730여만원 상당의 상가를 단 500만원에 매각했다”며 양도소득세 면제를 노린 편법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장관 내정 소식을 들은 시점을 물으면서 “국민연금 세금을 안냈던 부분을 1월15일에 정정해서 제대로 다시 냈다. 탈세한 부분 인정하냐”고 추궁했다.


같은당 배재정 의원은 “유 내정자 배우자가 2004년 마취과 의사로 일하면서 소득신고를 고의로 누락해 세금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999년 한양대 일반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주간수업으로 진행된 수업에서 매번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결석 없이 모든 과제를 제출해도 성적은 B+ 이상 받기가 어려운 까다로운 수업이었다”며 “전형적인 고위공직자 특혜 아니냐”고 말했다.

배 의원은 유 내정자가 2008년 연말정산에서 배우자 기본공제를 받은 것에 대해 배우자가 당시 한 병원 홈페이지에 마취과 의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지적하며 “(배우자공제는)배우자 근로소득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중 소득공제 의혹을 제기했다.

유승희 의원은 유 후보자의 농지편법증여 의혹과 유 후보자 배우자의 위장전입 의혹을 추궁해 사과를 받아낸 뒤 “6800만원에 분양을 받아서 전입신고 했고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투기성 위장전입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유진룡 내정자는 “거주지와 주소지가 달랐다는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위장전입을 인정하고 그 부분은 사과드린다”면서도 투기의혹에 대해서는 “투기목적의 행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유 내정자는 또 장인으로부터 농지를 편법으로 증여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결과적으로 감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것은 인정하지만 그 땅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렇고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與, 한류 등 현안 수행 능력 초점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 내정자의 문화정책에 대한 철학과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새 정부의 첫 장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통령과 국민이 약속한 대선공약을 차질 없이 실현시키는 것이지만 모든 공약을 100% 다 이룰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며 대선 공약 중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은 유 내정자가 관광분야 업무 경험이 없다는 점을 거론, “상대적으로 관광·체육 분야 정책에 대해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관광분야 전문성 확보와 소신, 추진력 발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남경필 의원은 대중음악산업을 독립적으로 전담할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음악 유통체계 개선과 음원가격 인상 등을 주장했고, 이우현 의원은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한 숙박시설 등 인프라 확충을 주문했다.

유진룡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 때 인수위원회에서 무제한 정액제 등은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다만 음원 가격 인상에는 소비자의 권리 문제가 있어 저작권 보호 문제를 병행해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와 저작권자의) 수익배분 개선도 노력하겠다”고 밝힌 유 내정자는 대중문화 지원 방안과 관련,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는 적극 동의한다”면서 “다만 음악 등 분야별로 모두 따로 만들어야 하는가는 전문가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을동 의원은 유 내정자에게 한류 확산을 위한 대책을 묻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유 내정자는 “한류에 정부의 직접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류가 널리 퍼지도록 하겠으나 간접적인 지원이 적합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류가 상당 부분 오래갈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음악 중심이어서 장기적으로 한국 문화 전반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는 방향으로 계획,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정복 안행 내정자
불법 수의계약·탈루 의혹 쟁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같은 날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열어 유 내정자의 정책역량과 도덕성을 검증했다. 특히 유 내정자 친형의 불법 수의계약, 재산신고 누락, 다운계약서를 통한 탈루 의혹 등이 차례로 쟁점이 됐다.

민주당 김현·백재현 의원은 “유 내정자가 국회 국토해양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친형이 대표로 있던 건설회사가 국토해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80억원이 넘는 수주를 받았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의원들은 유 내정자의 친형이 인천공항에너지㈜의 68억원 규모의 공사를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혐의로 인천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거론, “유 내정자의 친인척 관리가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유 내정자가 국민생활체육회 이사장 시절 6000만원을 활동비로 수령해놓고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임수경 의원은 “유 내정자가 2003년 김포시 북변동의 아파트 구매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1000만원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주장하며 의혹 제기에 가세했다.

유정복 내정자는 친형 불법 수의계약 체결에 편의제공 의혹, 골프장 증설 로비 주선 의혹, 군사시설구역에 모친 묘소 셀프 허가 의혹 등 대부분의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부당 세금환급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했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의 ‘김포CC 골프장 대표인 한모 씨와 사단장 홍모 씨의 저녁식사 자리를 주선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유 내정자는 “저녁식사 자리에 나가기는 했는데 부적절한 처신은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 내정자는 지역구인 경기 김포시에서 골프장을 증설하려던 업주와 허가권자인 해병 2사단장의 부적절한 만남을 주선했으며, 이 자리에서 업주가 사단장에게 금두꺼비를 선물로 건넸으나 사단장이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 내정자는 친형 불법 수의계약 체결에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직을 이용해 형의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 내정자의 친형은 인천공항에너지의 68억원 규모의 공사를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혐의로 인천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유 내정자는 1996년 김포군수 시절 군사시설보호구역 안에 있는 땅을 모친의 묏자리로 쓰기 위해 자신의 가족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허가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적법한 과정을 통해 허가를 받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하지만 주위가 다 묘지”라며 “설 때에도 성묘를 제대로 못 갈 정도로 길이 험한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의 ‘당 기부금으로 납부한 정치후원금을 소득공제에 반영해 부당하게 세금환급 받았다’는 지적에 유 내정자는 “(보고를 받아보니) 정당에 내는 후원금을 연말 소득공제를 받지 말아야 하는데 받은 것으로 안다”며 “어제 수정 납부한 게 643만원이다. 실무자 착오이긴 하지만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국민 안전 강화 주문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안전행정부를 이끌어갈 것인지를 물었다.

고희선 의원은 재래시장 등 재난위험시설의 현대화, 임기말 무너진 공직기강 바로세우기, 성범죄에 노출된 청소년 보호 강화 등을 주문했고, 유승우 의원은 “우리나라 행정 및 재정 분야가 과도하게 중앙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방자치라는 말이 무색하다”며 “중앙에 의존하게 된 재정구조를 지방이 자주 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윤 의원은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각종 범죄 등도 잇달아 증가하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윤성규 환경 내정자
논문 표절·증여세 탈루 의혹 등 제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윤성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내정자의 논문 표절, 증여세 탈루, 아들 병역 기피 의혹 등에 대한 질의가 잇따랐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현대건설 김모 연구원이 발표해 지난 5월 유기성자원학회 논문집에 실린 논문과 지난 2월 윤 내정자의 박사 학위 논문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비를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연구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내정자가 논문 전체, 주요 데이터를 상납 받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윤성규 내정자는 “(두 논문의) 데이터는 같다”며 현대건설 측에서 데이터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현대건설에서 발표한 건 주로 효율과 처리 부분만 다뤘고 저는 그 외에도 여러 부문을 다뤘다”고 해명했다.

그는 석상 조각의 비유를 들어 “채석장의 돌은 같지만 조각은 다르게 된 것”이라며 “그쪽(현대건설 김모 연구원 논문)은 일부를 조각한것이고 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의 조각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장남에게 3000만원을 증여하고 장관 내정자 내정 바로 전날에야 증여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냐”며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 내정자는 “증여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올해 1월1일부터 상속세법이 개정돼 조치한 것이고, 제 돈이기 때문에 다시 저와 집사람 명의로 다시 예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의원이 “2008년에도 장남에게 2000만원을 증여했는데 자식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입금하는 것이 바로 증여”라고 추궁하자 윤 내정자는 “증여가 아니고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나눠서 예금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또 “윤 내정자의 큰아들이 2012년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자격시험 응시를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으나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며 “고의로 병역을 기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4대강 수질 개선 등 현안 시정 요구

여당 의원들은 주로 4대강 수질 개선, 유해화학물질 관리, 온실가스 감축,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 등 환경부 정책 현안에 대한 윤 내정자의 견해를 묻는데 주력했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환경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를 지적하면서 “환경부는 지자체에 위임했다며 세부적인 신경을 안 쓰고, 지자체는 수동적, 형식적으로 감독해서 사각지대 발생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같은당 김성태 의원은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및 유해물질 단속 시 강제할 권한이 없어 종이호랑이 부처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 내정자는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녹색성장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지표를 제대로 설정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며 “온실가스도 2020년에 전망치 대비 30% 줄이는 것으로 돼 있는데 확실한 로드맵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