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강행’ 할까

통일세 논의 시작할 듯… 대북정책 변수는 ‘북핵’

2014-02-27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대북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남북 간 대화를 언급하며 관계개선 여지를 보였기 때문이다.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를 쌓일 수 있다”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진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집권기간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을 밝힌 것으로 이 같은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북한은 당분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앞서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발표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상당 부분엔 “북핵 상황을 보면서 결정한다”는 설명이 붙어있다.국정 과제 발표 시점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인 만큼, 대선 공약에서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전향적으로 검토했던 부분마다 북핵 상황이라는 일종의 ‘조건’이 달렸다.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여부가 대표적이다. 녹색 경제협력, 접경지역·DMZ·백두산 화산 등 분야별 공동 연구, 개성공단내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문제도 마찬가지다.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발표 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남북 관계’를 추구한다는 전제 아래 특별한 조건 사항이 없었던 대목들이다.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모색됐는데, 북핵 문제가 차기 정부 대북정책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북핵문제가 걸려있는 이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간 대북 정책의 차이가 드러나긴 어렵게 됐다.당장은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것이고, 이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국방예산도 국가재정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정부당국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다보니, 남북관계와 관련한 전향적 조치들에는 조건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차기 정부 초반의 남북 관계는 ‘강(强)대 강’의 대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해 미사일 발사 이후 최근 핵실험까지 연일 강경한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북 정책의 근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쌍방이 함께 노력할 때 원활히 가동될 수 있다”고 했다.다만 영유아·임산부 등 북한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정치ㆍ안보상황과 구분해 국제기구와 협의하에 시기 및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인도적 지원조차 억제했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보다는 전향적인 입장으로 보인다.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실질적 통일 준비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통일재원 마련의 법제화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대목이다. 통일재원 문제는 앞서 박 대통령 대선 공약에서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조달 방법과 규모 등 많은 부분에서 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많다.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10년 8.15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되레 역풍만 맞았었다. 당시 나온 재원대책은 일종의 펀드라고 할 수 있는 ‘통일 항아리’ 였는데, 이 방식 대로라면 20년 동안 가능한 돈을 모두 끌어 모아도 통일 뒤 1년도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었다.통일 비용으로 최소 2300조원이 든다는 주장(미국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센터)을 비롯해 통일 과정은 물론 이후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필요한 만큼, 세목 신설을 통한 추가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많다.그러나 박 대통령이 복지 재원 등 증세 필요성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어, 통일재원 마련의 법제화 이전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해 보인다.한편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중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간 첫 회동이 27일 오후 중국 베이징(东莞)에서 개최된다.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회동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임 본부장은 출국 직전 “한중 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조치 문제를 포함, 향후 대책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게 협의할 예정” 라고 밝혔다.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는 안보리 대북제재 문제가 주요 이슈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임 본부장은 한·미·일이 추진중인 강력한 제재안에 ‘적절한 수위의 제재’ 카드로 맞서고 있는 중국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임 본부장의 중국 방문은 이달 초에 이어 3주일여 만에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특히 북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응 방안은 물론 북중간의 그동안 접촉 과정에서 파악된 북한의 반응 등이 포괄적으로 우리 측에 전달될 것으로 전망된다.임 본부장은 28일 중국 공산당 인사들과도 만나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대북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외교부는 “방문 기간 중국과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포함해 북한·북핵 문제 전반에 관해 폭넓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