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의 사스 트라우마, 우한 폐렴으로 극복하길

2020-01-27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이 중국 우한에서 전세계로 확산되며 불안감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26일 국내에서도 세 번째 확진자가 나타났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캐나다·호주·미국·프랑스 등에서도 중국 우한을 거쳐 자국으로 입국한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해당국들이 전세기·버스 등을 동원해 자국민을 자국으로 데려오려고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입장문을 내고 “24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아달라 당부했다.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나라 포함 해당국들이 모두 크지만 특히 중국 내 불안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론 중국이 발생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이 더 큰 요인이다. 지난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을 강타했을 당시 중국 정부는 극도의 공포 심리 확산과 진상 은폐를 위해 실제 상황보다 축소했다 일을 더욱 크게 만들며 수백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이는 현재 중국 정부 측도 당시 잘못을 인정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감염병과 관련된 정보를 즉각 발표하고 국제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며 과거와 다름을 강조하고 나섰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 병원균과 관련한 유전자염기서열 정보 제공, 의심 환자 수까지 공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정보의 언론 통제의 정황이 발견되고 있고 우한 위생당국도 환자 변동 수치만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 중국에 하나도 이로울 것이 없는 행동이다. 사스의 트라우마는 중국 자국민들뿐만 아니라 중국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선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3일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우는 20만 명을 훌쩍 넘겼고, 북한도 베이징에서 평양으로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우한에 사는 교민들 또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뎌 이상 중국인만의 중국이 아니다. 2002년 사스 당시의 중국과 2020년의 중국의 세계화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타운은 있다’는 말처럼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화를 이룩한 나라다. ‘비위생국‘에 이어 ‘은폐국‘이라는 꼬리표까지 떼어버릴 수 없다면 과연 세계 어느 나라가 중국인을 반길 것인가. 정보의 투명성, 신속한 대응, 그리고 확실한 국제 협력으로 사스 때와 다르다는 말을 행동으로 증명하며 적어도 ‘은폐국’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만이 중국에 대한 세계의 시선을 바꾸고 세계의 중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