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저녁이 있는 삶은 쉽게 오지 않는다
2020-01-29 매일일보
한국 사회처럼 치열한 경쟁사회가 또 있을까.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 치열한 경쟁과 사교육비는 문제는 더 이상 말 하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도 체감하고 살고 있다. 온갖 경쟁을 뚫고 경쟁우위에 서서 학업을 마치면 젊은이들 앞에는 취업이 기다리고 있고 다시 한 번 경쟁체제에 내몰린다. 또 고생 고생하여 취업 관문을 뚫는다 한들 입사 이후의 삶이 행복한지 묻는다면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갑갑한 조직 문화 속에서 분투하며 생존을 위해 꾸역꾸역 직장 생활을 '연명'하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일 것이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도 많은 직장인들은 기왕 다니는 직장을 어떻게 하면 일할 맛 나는 곳으로 가꿀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도전도 한다. 또한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조직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답을 찾기 위해 자기 개발서도 찾아 읽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과 직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일이 전부가 아닌 균형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인생 설계도 중요해졌다. 즉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확행'이나 '욜로' 등 개인의 행복 추구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직장 문화도 차츰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 개발, 소확행, 저녁 있는 삶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는 한 가지 더 준비해야 한다.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로 고착화 된 상시 구조조정이다. 기존의 정년보장, 연공서열 등의 단어는 서서히 직장에서 사라져 갔고 한국의 고용사회는 체질을 변화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상시 구조조정이 고착화 되었다.
구조조정 시기에 내가 나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가야 한다. 내가 지옥으로 나가지 않고 이 전쟁터에 그나마 안착 하려면 나만의 몸값을 높여야 한다. 이제 직장인도 프로운동선수들처럼 자유계약 선수인 것이다. 내가 역량이 떨어지면 계약하지 못하고 다른 곳과 계약을 해야 한다. 설사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영원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생 100세 시대, 이제 어떻게 인생 2막을 시작할 것인가를 차근히 준비하지 않으면 남은 인생은 자신에게 불행만 안겨줄 것이다. 당장 물지게를 지어 하루하루를 연명하지만 그래도 짬짬이 내가 나중에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편인 물대기를 준비해야 한다.
물을 길어 생활하는 물지게꾼들이 있다. 하루 10통을 물을 길어 돈을 벌고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한 물장수는 하루 8통만을 물을 깃고 나머지 시간에는 우물가에서 물을 댈 수 있는 물길을 파내려 가고 있다. 다들 비웃었지만 나중에 몸이 쇠약해진 다른 물지게꾼들과는 달리 그는 그가 작업해온 물길을 이용해 계속 물을 팔 수 있어 인생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장 힘들다고 물 짓기에만 전념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는 물장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그리도 고대하던 일과 삶의 균형이 잡힌 그런 행복한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