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국 ‘흐림’… 여야 기싸움 여전

정부조직법 협상 평행선…안철수, 4월 재보선 출마로 주도권 다툼 가열

2013-03-03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정부의 출범 첫 일주일이 지나고 3월에 접어들었지만 정국기상도는 ‘흐림’ 그 자체다.

여야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핵심쟁점인 케이블 방송·IPTV 등 비보도 방송 관련 업무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민주통합당은 이날 협상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제외하고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체를 우선 처리하자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제안을 정부·여당이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이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로 인해 정국은 역대 어느 정권 출범 초기보다 혼미하다는게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다.특히 오는 4월24일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가 서울(노원병)에 직접 출마키로 한데다, 지역구가 부산(영도), 충남(부여·청양) 등 전국 단위로 확대되면서 기선을 잡기 위한 여야간 신경전이 벌써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이러한 상황에서 역대 새 정부가 출범하고 1년 정도 유지됐던 ‘밀월’은 일찌감치 사라진 모양새다.먼저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미래부 이관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극한 대립으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한 달 이상 제자리 걸음이다.청와대가 같은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5일 끝나는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호소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여권 책임론을 제기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돌파구 마련을 위해 박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4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정부조직법 협상 결렬로 무산됐다.당초 이번 회동에서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차가 분명해 국정 표류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여기에 야당이 ‘군대판 이동흡’으로 불리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등 일부 인사에 대한 낙마를 벼르고 있어 자칫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내각’과의 불편한 동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법안에 합의하더라도 4월 재보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3월 내내 정국 주도권 다툼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4월 재보선의 판이 전국 단위로 커진데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엄중한 시험대이면서,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지는 첫 ‘여야 간 결투’다.벌써부터 야당 일각에선 정권 초반 심판의 성격을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선거 결과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가늠된다.더욱이 10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안 교수가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키로 함에 따라 ‘안철수발(發)’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 정부 취임 첫해 재보선은 집권 여당에 유리하지만 정국 흐름상 이번에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