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빚' 쌓여가는데 '퍼주기 공약' 난무...선거 막판 변수로

손금주 의원 "작년 말 기준 중앙회 부채 13조 넘어서" 회장 출마후보들 중앙회 부담 전가하는 '헛공약'들 도마위

2021-01-30     이광표 기자
농협중앙회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농민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앙회의 재정악화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며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중앙회의 내부 사정을 무시하고 재정 부담만 전가시키는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며 농협 내외부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유권자인 대의원 조합장의 표만 의식한 '헛공약'과 '깜깜이 선거'가 투표를 통해 심판을 받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대거 젊어진 조합장들이 이른바 '지역선거'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 한다.  3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금주 의원은 “농협중앙회 부채규모가 2015년 이후 매년 5000억원 이상씩 불어나, 2019년말 기준 13조42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농협중앙회의 부채건전성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농협의 지속가능성, 농민보호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게한다”고 꼬집었다. 손 의원의 주장대로 만약 중앙회가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출자한 회원 농협에 그 빚이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럴 경우 조합당 떠 안아야 할 빚의 규모는 약 120억원에 달한다.  한 지역 조합장은 "과연 조합당 100억원이 넘는 부채를 부담하고도 살아남을 농협이 몇 개나 있을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있는 조합장이 몇 명이나 되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호소했다. CFO를 역임한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을 가리켜 '한계기업'이라 하는데 오늘 드러난 주장이 사실이라면 농협이 딱 그 상황"이라며 "회원농협의 출자금을 늘리든 지원을 축소하든, 계열사 지분이나 고정자산을 매각하는 것만이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일(31일),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이러한 심각성이 반영되지 않은 퍼주기식 공약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무이자자금 연 20조원으로 늘리고, 중앙회 지원으로 조합장 보수를 농협 내 최고수준으로 올리고, 조합장 농정활동비를 중앙회 예산으로 지원하겠다 하는가하면, 조합장 업무용 차량까지 중앙회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약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외에도 조합장 특별퇴임공로금제 도입과 퇴직연금 지급, 중앙회 예산으로 조합장 및 배우자 수도권병원 정밀 건강검진비 지원 등도 같은 맥락의 공약들이라는 평가다. 한 대의원 조합장은 "중앙회가 경영을 방만하게 해 부채만 증가한 빈껍데기가 되어 또 다시 회원농협에 손을 벌리게 됐다"고 우려하며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중앙회 부채 해결에 대한 대안 제시도 없이, 무책임하게 조합장의 환심을 얻기 위한 퍼주기식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지역주의와 금권선거, 헛공약이 난무하는 깜깜이 선거 중에서도 일부 초재선 조합장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를 농협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농협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퍼주기식 공약을 남발한 후보가 당선되면 중앙회 경영은 더욱 심각질 것으로 판단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회원농협과 직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현실성 있고 대안이 있는 공약으로 승부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대의원 조합장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