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격돌…‘식물정부’현실화

비상국정체제 돌입…민생볼모 여야 힘겨루기 비난

2014-03-05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25일 출범했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특히 미래창조과학부 핵심 기능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불거진 정국 파행이 새 정부 출범 9일째이자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5일에도 지속되면서 국정공백 장기화가 현실화하게 됐다.현재 17개 부처 장관 내정자 중 이날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예상되는 인사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8명에 불과하다. 절반에도 못미친다.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는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이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국무회의가 열렸을 5일에도 국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이다. 대신 청와대에서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만이 열렸을 뿐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협상 타결을 바라고 기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상국정계획'을 마련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국무회의 대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로 국정운영을 진행하는 등 사실상 ‘비상국정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식물 정부가 현실화함에 따라 경제·안보위기의 대응과 일자리 창출과 복지확충 등 민생은 뒷전으로 방치된 양상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의 민생을 볼모로 한 정쟁, 정치력 부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고조될 전망이다.여야는 4일 막판 쟁점인 종합유선방송(SO)과 관련한 법률 제개정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를 놓고 심야까지 협상을 거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여야는 3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이 내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고 언급한 대로 국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식물정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내일 태양이 뜨면 내일의 태양에 맞게 또 (생각)해야지”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오늘 자정까지 협상 타결을 기다리겠지만 아무 소득없이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간다면 당연히 비상조치 같은 걸 해야 한다”면서 “국정공백과 인사공백, 특히 어제 박 대통령이 언급한 신학기·해빙기 안전사고 등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