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리스크] 현대重, 노사 대립 지속…임금협상 장기화에 노노 갈등까지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협상 타결 실패
임금협상 외 물적분할 이슈 등 현안 놓고 입장차 여전
2020-02-04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지난해 임금협상 연내 타결에 실패한 현대중공업이 노사 갈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최근 집중교섭을 통해 노사 간 합의점 찾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립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일부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노노(勞勞)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4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울산 본사에서 제 40차 본교섭을 열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2일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으로 9개월 가까이 40여차례 교섭을 가졌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이는 지난 2016년부터 4년 연속이다. 지난해 임금협상 연내 타결에 실패한 곳은 조선 3사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노사가 임금협상을 쉽사리 마무리 하지 못하는 이유는 양측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노조는 임금협상과 현안을 함께 교섭하길 원하고 있다. 노조가 내세우는 현안은 지난해 회사의 물적분할 반대 파업과정에서 불법행위 등으로 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의 징계철회와 각종 손해배상 청구 취소 등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5월 31일 물적분할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분할 추진을 반대하며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했고, 회사 본관에서 사측과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400여명이 회사 징계를 받았고, 노조는 주총 무효 소송을 제기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물적분할 과정에서 해고와 정직, 감봉, 출근 정지 등 징계를 받은 조합원 1400여명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임금협상과 현안을 분리해 교섭하자는 입장이다. 법과 규정에 따라 내린 징계를 교섭 자리에서 다룰 수 없으니, 임금협상을 우선적으로 마무리하고 현안은 추후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는 임금협상안에서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회사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등을 제시안에 담았지만,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간 대립이 장기전으로 치닫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양측 모두 상대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조합원은 노조 게시판에서 “회사는 현안문제는 천천히 생각하자고 하고, 노조는 현안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하는 등 서로 자기주장만 하니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오겠나”며 “서로가 만족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노사 간 입장 차가 워낙 크다 보니 단기간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면 이는 모두에게 부담이다”면서 “만약, 노조가 지난해처럼 잦은 파업을 벌이면 회사는 수주와 연결되는 대외 이미지 하락을 피하기 어렵고, 노조 역시 조합원 불만 등 내부 갈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