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중국 후베이(山东)성의 성도(成都市) 우한(武漢)은 삼국지의 하이라이트 ‘적벽(赤壁)대전’이 일어났던 적벽과 가깝다. 정사 삼국지(三國志)에는 북방을 통일한 조조가 서기 208년 대군을 이끌고 남하해 유비와 싸웠지만 전염병이 창궐해 퇴각했다는 기록이 있다. 1800년 흐른 지금, 우한에서 급성 폐렴 바이러스가 창궐한 게 우연은 아닌 듯싶다.
전염병은 여전히 인간을 위협하고 근원적인 공포심을 자극한다. 병의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던 고대인들은 병에 걸린 사람을 단지 환자나 희생자가 아닌 걸어 다니는 재앙처럼 여겼다. 때문에 옛말에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말도 있었다. 호환은 호랑이에게 화를 입는 우환이고 마마는 천연두로 불리는 전염병이다. 그래서 호환과 마마가 합친 ‘호환마마’라는 말을 가장 무서워했다.
전염병이라는 불청객이 또다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어 2000년대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과거 바이러스가 일상을 뒤흔들 때마다 국민들은 ‘무능함’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부를 탓하고 구멍 난 보건의료체계를 책망하기 바빴다. 그렇다면 이들의 시민의식은 얼마나 자랐을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시민의식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식당은 아예 ‘중국인 출입금지’를 써붙였고, 인터넷 댓글에서는 중국인 및 이들과 밀접한 지역에 대한 혐오 표현이 넘쳐났다. 우한에서 송환되는 교민들의 격리수용 장소를 놓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지역갈등 논란도 벌어졌다.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나르는 일 역시 허다했다.
물론 아직 이 전염병의 정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이 병에 맞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개는 끄덕여 진다. 더욱이 중국 우한 지역이 봉쇄되었음에도 국제적으로 확산 속도가 빠르고, 2차, 3차 감염 사례도 발견되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시민들의 높은 질서의식이 위기 돌파의 묘약이 된 것처럼 시민 각자의 차분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전염병은 ‘감정 표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가짜뉴스를 만들어 전파한다든지 하는 일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지차체가 평상시 확보해야 할 마스크나 손도독제 등의 정부 비축 물자 규모를 정한 매뉴얼을 확보하는데 힘쓰고, 개인은 개인위생에 어느 때보다 신경쓰면서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 및 매뉴얼 확립만이 다음 바이러스를 대응할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