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 백남준과 양준일

2020-02-06     매일일보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회고전이 연일 화제이다. 이번 회고전은 세계에 흩어진 백남준의 대표작과 주요작품 200여점이 전시되는 백남준 관련 역대 최대 규모이다. 백남준은 TV를 미술의 도구로 활용한 첫 예술가로 꼽힌다. 그는 60년대 초부터 시작된 플럭서스(fluxus, 변화나 움직임 등을 의미) 운동을 주도했다. 이 운동은 미술 분야에서 시작해 음악, 이벤트, 공연, 출판물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제적인 전위예술로 발전했다. 특히 그는 첨단기술과 인간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바보상자로 취급받던 텔레비전을 화두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90년대 국내 일간지 기고문에서 “비디오 예술이란 예술이 고급화되던 당시 정서에 반해 만인이 즐겨 보는 대중매체를 예술 형식으로 선택한 예술 깡패”라고 적기도 했다. 그동안 백남준의 삶과 예술은 우리 한국인에게 상당히 불균형적으로 소개된 측면이 있다. 그는 주로 독일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에 알려진 시기는 80년대 중반이다. 그래선지 한국인들은 그의 화려한 비디오조각에만 익숙할 뿐 그의 철학의 근원을 보여주는 60∼70년대의 행위예술 및 설치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백남준 회고전이 한국을 비껴가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테이트 모던 회고전은 이번 주말 폐막하지만 이후 2022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관과 시카고 미술관, 싱가포르 내셔널갤러리 등 전 세계 순회전이 이어진다. 하지만 정작 백남준의 모국인 한국에서는 전시 계획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선각자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던 한국의 폐쇄적 문화가 자초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백남준의 조카인 켄 백 하쿠타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미술인들이 백남준을 이용하려는 욕망이 크다”고 말할 정도로 국내 예술계에 대한 불신이 크다. 백남준이 비디오아트를 창시했을 당시 전통적 회화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그는 독특한 예술을 하는 주변인 정도에 불과했을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탓에 한국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이가 백남준만은 아닐 것이다. 미술계가 아닌 대중예술이긴 하지만 최근 양준일 신드롬을 떠올리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양준일도 90년대에는 그저 짧게 스쳐 지나가는 가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는 50줄에 들어서야 재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우리에게 ‘새롭고 낯설수록 거부하지 말고 더 깊게 들여다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