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 해운‧조선업계, ‘부활 뱃고동’ 늦어지나
해운, 벌크선 운임 나타내는 BDI 지수 폭락…수익성 직격탄 우려
조선, 질병이슈에 큰 영향 없어…장기화 시에는 발주 줄어들 수도
2020-02-06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피해가 없지만, 자칫 실적 개선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특히 해운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해 연초부터 비상이 걸렸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달 31일 기준 487로 지난해 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벌크선은 석탄, 철광석 등 원재료를 운반하는 선박이며 BDI는 운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기 동향, 원재료 수요, 화물량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BDI가 떨어지면 벌크선사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운임 하락은 계절적 비수기에 코로나 사태로 중국 춘제 연휴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후베이성 정부는 춘제 연휴를 오는 13일까지로 연장했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당국도 9일까지 쉬도록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해운업계는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내 조업일수가 줄면 물동량 회복 시점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까지 우한 내륙 항구 외에 폐쇄된 곳은 없지만, 사태 확산 여부에 따라 중국 정부의 항만 통제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타격이 미미한 상태다. 업종 특성상 질병이슈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덕분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제조하는 주력 선종은 통상 수주를 받고 2년여 간의 건조 기간이 필요해 돌발 단기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은 선박과 발주, 인도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산업”이라며 “선박을 주문하고 건조, 인도되는 시점은 2년 뒤로 질병보다는 조선업황 사이클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스국면때를 분석해 보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주요 조선사 주가를 보면 업황 회복으로 약 47% 상승했고, 2015년 메르스 사태때는 주가가 36% 하락했는데 이는 어닝쇼크와 수주부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선주가 관망세로 돌아서며 발주 자체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부진하면서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은 252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2018년의 88.4%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발주량이 부진하자, 국내 조선 3사는 당시 수주 목표 달성에 모두 실패했다.
조선업계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계열사의 중국 출장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종합상황실을 설치했으며 업무 외 회사 견학을 제한하는 등 회사 내방객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 법인이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현지 공장 가동을 오는 9일까지 중단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산동성 옌타이시에 불록공장인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를 두고 있다. 연간 블록생산 능력은 30만t이다. 삼성중공업도 저장성 닝보와 산동성 웨이하이에 블록공장인 ‘영파법인’, ‘영성법인’을 각각 두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20만t, 50만t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질병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는 현재까지 없다”면서도 “장기화할 경우엔 글로벌 경제가 위축 될 수 있어 확산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