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세계 최대 중국 시장 위기,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 증폭
‘글로벌 53% 소비’ 중국, 반도체 수요 줄어들듯
중국發 글로벌 경제 둔화에 따른 후폭풍도 영향
2020-02-06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돼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경기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반도체 경기가 올해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대다수였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돼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8월 4만4000원대에서 시작해 올해 1월 6만2000원대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8월 7만7000원대에서 올해 1월 10만원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외부변수가 생겨 반도체 반응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큼 견고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일으킨 구체적 손실은 아직까지 나온 것은 없다.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한 번 멈추게 되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야기해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은 멈추지 않고 최소한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반도체 업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치는 영향이 앞으로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가 노동력과 원자재보다는 설비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는 특성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와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반도체 경기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이다. 반도체 수요가 큰 스마트폰, PC 등 각종 전자기기 조립 설비가 중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가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3분기 전체 매출의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 48%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 시장과 공장이 활기를 잃게 되면 국내 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이른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를 고려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영국의 경제 연구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올해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증가율을 0.5∼1%포인트 낮출 수 있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9%에서 4.9∼5.4%로 낮춰 제시했다. 시티그룹도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5.5%로 낮췄으며 UBS(6%→5.5%)나 매쿼리(5.9%→5.6%) 등도 비슷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 글로벌 경기가 최소 3개월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가 2.5% 성장해 지난해 2.4%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도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 최소한 올해 1분기 혹은 2분기 동안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력을 고려했을 때 확실히 세계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식으로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미칠지는 섣불리 내릴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정도, 중국 정부 조치 등 변수가 많지만, 분명한 것은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증폭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