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웅 전남교육감, 초등학생 ‘인문영재’ 격려

‘문화유산답사기’ 쓴 손불초 김용건 학생 면담

2021-02-07     박용하 기자
[매일일보 박용하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는 흰 색에 순박한 모양을 하고 있어 조선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순한 조선의 달’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아이’로 더 잘 알려진 함평 손불초등학교 6학년 김용건 학생이 6일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과 나눈 대화 중 일부분이다. 김용건 학생은 이날 오전 아버지(김호영·42)와 함께 전라남도교육청 5층 교육감실을 방문, 장석웅 교육감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5개월여 전 한 약속으로 이뤄졌다. 용건 학생은 지난해 9월 2일 함평읍 엑스포공원 주제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평소 관심사인 역사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역사 교사 출신인 장 교육감이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고, 흡족한 마음으로 “한 번 찾아와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용건 학생은 평소 관심이 많은 역사 공부와 문화·유적지 답사를 계속하며‘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 출판 작업에 매진했고, 이날 출판을 앞둔 책 가본을 들고 장 교육감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30여 분 동안 공통의 관심사인 역사와 문화재를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특히, 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용건 학생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앎의 깊이는 초등학생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문적인 수준이어서 역사교사 출신인 장 교육감의 감동을 자아냈다. 장 교육감은 대화 도중 “국보 68호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 그려진 학이 몇 마리인지 아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69마리”라고 서슴없이 답변하는 용건 학생의 깊은 식견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용건 학생으로부터 곧 출판예정인 ‘문화유산답사기’ 가본을 건네받은 장 교육감은 “베스트셀러인 유홍준 선생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못지않은 수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용건 학생은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전 10권을 두 번 읽었고, 얼마 전 유홍준 선생을 직접 만나 뵈었다.”고 소개해 장 교육감을 더욱 놀라게 했다. 장 교육감은 “이제 중학교에 가면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모두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역사학자로 성장하기 바란다”며 “그러려면 인문학 관련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향토사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 교육감은 용건 학생이 쓴 책에 실을 격려사도 따로 써서 전달하며, 교사들처럼 학생들의 출판에도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용건 학생은 지난해 SBS TV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아이’로 소개될 정도로 역사와 문화재에 큰 관심을 갖고 공부해왔다. 그가 쓴‘문화유산답사기’는 그동안 발품을 팔아 부여와 공주, 익산 등 백제문화 유적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느낀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부소산성과 낙화암, 무령왕릉, 송산리 고분군, 미륵사지, 왕궁리 유적 등 교과서에서 배운 문화유적지를 초등학생의 눈으로 그려냈다. 특히, 전국의 많은 문화 유적지들이 관리가 안 된 채 방치·훼손되는 현장도 고발했다. 용건 학생의 아버지는 “지난해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가볍게 한 약속인데 이렇게 잊지 않고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이제 중학생이 되는 용건이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 교육감은 지난해 11월에도 목포 지역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한 면담 약속을 지켜 목포 영산초등학교 6학년 박소연 양과 부모를 만났다. 그보다 앞선 2월에는 진로·진학에 고민이 많은 삼남매를 만나달라는 고흥 한 학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 삼남매와 어머니를 교육감실로 초청해 진로·진학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