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비리몸살

檢 '오락실 뇌물' 전남경찰청 총경 체포

2010-05-07     매일일보

내부 비판글 올린 현직 경찰관 파면 논란까지

[매일일보[ 검찰이 돈을 받고 사행성 오락실을 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남경찰청 소속 총경 1명을 체포했다.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최길수)는 7일 전남경찰청 소속 A총경(56)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중이다.검찰은 이날 오전 9시께 전남경찰청 내 A총경의 사무실로 수사관들을 보내 A총경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A총경은 지난 2007년 4월 광주 서구 쌍촌동 모 카페에서 광주 광산구에서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하던 업주 박모씨(47)로부터 단속 정보를 제공하고 단속될 경우 수사편의 등을 대가로 500만원을 받는 등 이후 두달여동안 9차례에 걸쳐 2700여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다.A총경이 오락실 업주와 연루 의혹을 받은 시기는 광주경찰청이 분리되기 이전이었고, 당시 A총경은 전남경찰청 모 과장으로 재직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검찰은 앞서 사행성 오락실 업주 박씨를 2개월간 추적해 검거한 뒤 지난 6일 박씨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검찰은 오락실 비리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저인망식 수사를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A총경과 박씨 모두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아직 다른 경찰 간부들은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수사과정에서 다른 경찰 간부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검찰이 돈을 받고 사행성 오락실을 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남경찰청 소속 총경 1명을 체포한 가운데 총경부터 경사까지 경찰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더욱이 경찰이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으면서 경찰 수뇌부는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감찰 등을 하고 있지만 비간부 경찰관들은 간부들을 불신하는 내부갈등까지 불거질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광주경찰청은 앞서 지난달 28일 음주운전자들에게 60만원을 받는 대가로 봐주기 단속을 한 광주 서부서 정모 경위(55)를 직무유기 및 사후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또 광주지검은 지난달 27일 뒷돈 300만원을 받은 대가로 음주 뺑소니 사건을 임의로 조작한 전 광주 북부서 소속 경찰관 변모씨(38.경사)를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같은 달 광주 광산서 소속 최모 경사(43)와 정모 경사(42)가 오락실 업주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지난달에만 전현직 경찰관 4명이 각종 비리로 구속됐다.이밖에 지난 1월에는 오락실 업주에게 거액의 뒷돈을 받은 광주 서부서 전 간부 등 4명이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이처럼 오락실.교통 단속 업무 등에서 각종 경찰비리가 불거지고 총경부터 경사까지 수사를 받거나 구속이 되면서 조직내부 갈등도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경찰 수뇌부는 '감찰활동 강화 등을 통해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지만 일선 비간부 경찰관들은 '큰 액수의 뇌물사건은 간부들이 연루돼 있었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않겠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등 내부 갈등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이와 관련 A경찰관은 "조직 수뇌부에서 감찰활동 강화 등을 통해 비리근절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윗물에서 더 큰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감찰강화 등 현재 비리근절책은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많아 간부.비간부 직원 모두 공감하는 비리근절책을 마련해야 효과를 거둘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경찰 내부게시판에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현직 경찰관이 최근 파면조치돼 '표적감찰' 논란마저 일고 있다.경기지방경찰청은 중요치안시책과 경찰 지휘부를 상습적으로 비난, 음해하는 글을 올린 안산상록경찰서 부곡지구대 소속 박모 경사(41)를 사정차원에서 지난 4일자로 파면조치했다고 6일 밝혔다.박 경사는 지난 2007년 10월6일부터 올 4월22일까지 사이버경찰청 경찰발전제안 코너에 총 17회에 걸쳐 목검문소 운영, 순찰제, 성과주의 등 최근 경찰 시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박 경사의 글은 30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동료 경찰관 300여명이 추천할 정도로 내부에서 반향을 일으켰다.경찰은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창장 감찰 승인을 거쳐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경기청 차원에서 박 경사에 대한 내부 감찰을 벌였다.경기청은 박 경사의 비판 글과 관련한 당초 징계 취지와 달리 박 경사의 직무행위를 조사했고,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경찰은 박 경사에 대한 감찰을 벌이던 중 박 경사가 2008년 12월7일부터 2009년 3월28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절도사건 신고를 묵살했다는 것을 파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 지휘부 비방글을 올린 박 경사에 대한 파면 조치가 기강확립 차원의 '표적감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청에서 내부망에 비방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파면 조치된 경찰관은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박 경사가 도민을 위한 치안시책에 대해 좋은 면은 한마디 언급없이 부정적인 면만 언급했다"며 "결국 경찰이 편하자는 이야기다. 감찰 과정에서 4개월 동안 6건에 대한 신고사건을 묵살한 것이 드러나 파면 조치는 합당한 조치였다"고 밝혔다.하지만 하위직 경찰들은 경찰 내부를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린 현직 경찰관을 경기청 차원에서 '특별' 감찰을 벌여 파면조치한 것을 놓고 의사소통 수단을 위축시킨 것은 최근 경찰의 내부 자정활동 의지와도 배치된다고 쓴소리를 냈다. 하위직 한 경찰은 "문제가 된 박 경사의 비판 글 게재행위만으로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과거 직무행위 등을 뒷조사해 파면조치한 것은 다소 과한 것 아니냐"며 "이 때문에 파면시키기 위해 마치 과거 행적을 조사한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내부 무궁화 클럽 소속인 박 경사는 지난달 8일 무궁화 클럽 회원들과 조 청장의 면담자리에도 참석해 성과주의를 재검토해 줄 것을 함께 건의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