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대통령위원회 정비하나

훈령으로 ‘서류상 기구’였던 국방발전자문위 폐지

2014-03-07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정부의 산하 위원회 정리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자문기구 가운데 하나인 국방발전자문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지난 6일부로 공식 폐지된 것이 시작이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폐지된 것은 새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이 이미 당선인 시절부터 “불필요한 위원회는 당연히 폐지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며 대통령 소속 등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번 국방발전자문위 폐지가 그 첫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법제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방발전자문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국방발전자문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훈령)을 발령하고 이 같은 사항을 관보에 게재했다. 이 훈령은 발령과 동시에 시행됐다.

정부는 관보에서 “국방발전방향에 대한 연구와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국방발전자문위가 설치됐으나, 위원회 운영 실적이 저조하고, 향후에도 위원회를 존속시킬 필요성이 없는 점을 감안해 이 영(令)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발전자문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3월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방향과 ▲국방개혁 과제 및 법제화 ▲군사외교전략 등에 대한 대통령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됐으나, 설치 당시부터 ‘옥상옥(屋上屋)’이란 지적을 받았었다.

게다가 그 활동 내역도 2005년 이후 전무했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엔 임기가 만료된 위원들의 후임을 새로 선임하지 않아 “서류상 기구로만 존재해왔다”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도 “정부 산하 위원회 가운데 이름만 있거나 1년에 회의 한 번 제대로 열지 않는 곳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 산하 위원회 수는 행정위 36개, 자문위 469개 등 총 505개에 이르며, 이들 위원회에 투입된 연간 예산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정부 위원회 현황 파악 등을 진행해온 만큼 앞으로 청와대는 물론, 정부 각 부처 차원에서도 순차적으로 위원회 정비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에서 운영된 총 20개의 대통령 소속 위원회 가운데 규제개혁위와 개인정보보호위 등 행정위 2곳과 지역발전위를 제외한 17개 자문위를 정비 대상으로 제시했었다.

이후 새누리당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37개 관련 법안엔 당초 정비 대상에 포함됐던 대통령 소속 위원회 중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폐지되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는 존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녹색성장위는 소속이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바뀌게 된다.

정부는 다른 대통령 소속 위원회 등에 대해선 추후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정비해나간다는 계획.

다만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과 장관 인사청문회 지연 등의 영향으로 아직 각 부처 장관들이 정식 임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위원회 정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이 신설키로 한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와 청년위는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와 청년특위에서 작성한 보고서 내용 등을 토대로 현재 청와대 관련 수석비서관실에서 조직 구성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