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일부장관 임명…'국정공백최소화ㆍ野압박'

靑 "야당과 협의안돼 장관 추가임명 못해"…민주 "이름 바뀌는 부처장관 임명 협조"

2014-03-08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장기간 표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이전에 일부 장관 내정자를 임명하기로 했다. 더 이상 국정파행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11일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국회로부터 경과보고서를 통보받은 7명의 장관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들 7명은 모두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더라도 명칭이 바뀌지 않는 부처의 장관들로 류길재 통일·황교안 법무·유진룡 문화체육관광·진영 보건복지·윤성규 환경·방하남 고용노동·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 등이다.그동안 인사청문을 통과한 장관 내정자들의 임명을 미뤄왔던 박 대통령이 결국 임명을 하기로 한 것은 국정 파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라도 임명해 해당 부처의 정상을 되찾아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박 대통령은 장관 7명을 임명한 직후 곧바로 회의를 열어 새 장관들과 부처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김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조직법 통과를 기다렸지만 지금 국가안보 문제가 있고 민생, 안전사고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제는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오는 11일 임명장을 받을 내정자 7명 말고도 이날까지 국회 인사청문을 통과한 내정자는 유정복 안전행정·서승환 국토교통·윤병세 외교·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 4명이 더 있지만 이들은 임명이 미뤄지게 됐다.김 대변인은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지 않아 임명장을 수여할 수 없고, 정부조직법 개정 전이라도 여야 간 사전 합의를 거쳐 사전 임명이 가능하지만 야당이 이를 동의하지 않아 부득이 명칭이 바뀌는 부처 장관은 임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명칭이 바뀌는 부처 장관을 임명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야당의 책임이라는 것인데 야당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7명 이외에는 장관을 임명할 수 없어 국무회의를 열지 못하는 상황도 강조했다.헌법상 국무회의를 구성하려면 15명 이상의 국무위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조직법 직제상 전 정권 장관 16명이 여전히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요건은 맞는다. 이 경우 국무회의 구성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18명이다.그러나 대통령령인 '국무회의규정' 6조에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開議)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어 전 정권 장관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면 개의를 할 수 없게 된다.대통령과 총리, 새 장관 7명을 더해도 9명밖에 되지 않아 구성원 10명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다.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는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로 한다는 것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그는 그러면서 "야당이 동의하지 않아 부득이 명칭이 바뀌는 장관을 임명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야당이 사전 협의를 해주면 명칭 바뀌는 장관도 임명할 수 있고, 국무회의도 열 수 있고, 이명박 정부의 장관도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청와대 측의 설명과 달리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부처 명칭이 바뀌는 장관 임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혀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정부조직 개정안에서 부처 이름이 바뀌는 장관 내정자들도 청문회를 통과하면 당연히 임명해야 한다"며 "개정안 통과 이후 재임명하면 되는 일이며 민주당은 이에 당연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