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아빠’ 결국 양아들 주먹에 ‘황천길’
가정폭력이 빚은 비극의 살인…양아버지 살해 후 암매장한 현역 군인 4년 만에 검거
2010-05-08 류세나 기자
집 나갔다 2년 만에 돌아와 또 시작된 폭력에 ‘욱’
“우리 엄마 또 때리게 둘 순 없어”…빗나간 효심
[매일일보] 한 가장의 가정폭력이 존속살해라는 비극을 빚으면서 한 가정이 무너지고 말았다. 평소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하던 의붓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집 근처 공터에 암매장한 육군 모 부대 소속 박모(21) 일병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전모가 4년여 만에 드러났다. 당시 고교 2년생이던 박 일병은 2003년 8월 가출신고 된 아버지가 2년여 만에 집에 돌아와 또 다시 행패를 부리자 범행당일 집에 놀러와 있던 친구들과 도모해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네방네 ‘폭력쟁이 남편’으로 소문 파다
충북 진천경찰서는 지난 1일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박모 일병과 박씨의 부친을 함께 살해한 친구 최모(21·육군 일병)씨 등 모두 3명을 살인혐의 등으로 군 헌병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2005년 9월 19일 오후 5시께 2년여만에 찾아온 박 일병의 양아버지 박모(당시 53)씨가 술에 취해 “어머니를 찾아오라”며 가재도구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자 고무호스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집 인근 공터에 구덩이를 판 뒤 박씨를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경찰조사 결과 박 일병은 공터에 암매장한 아버지의 사체가 밖으로 드러나자 군 입대 전 유골의 일부를 수습해 자택 인근의 한 창고 안 쌀포대 속에 숨겨뒀다. 그런데 지난 달 27일 이웃주민 A씨(38)가 우연히 사체를 발견, 신고하게 되면서 4년여만에 이들의 범행이 세상에 밝혀지게 됐다. 창고 안에 있던 쌀포대에서 사람의 뼈로 의심되는 것이 담겨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유골의 치아 등이 실종된 박 일병의 아버지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한 뒤 박 일병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놀러왔던 친구들과 함께 우발적 범행”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박 일병은 근무하던 육군 모 부대로 경찰이 찾아가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떨기며 순순히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 일병은 경찰조사에서 “평소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던 아버지가 가출한지 2년여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 화가 났다”며 “술에 취한 아버지는 ‘어머니를 찾아와라’ ‘다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고 심지어 집에 놀러와 있던 친구들에게 ‘술에서 깨면 너희(친구)가족들까지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해 홧김에 목을 조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날 박 일병의 집에 놀러온 박 일병의 친구 최모 일병 등도 박씨가 행패를 부리자 함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현재 각각 존속살인 혐의와 살인혐의로 군 수사기관에 신병이 인계된 상태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피의자 박 일병은 그 동안 아버지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것으로 밝혀졌다”며 “특히 박 일병의 어머니는 수년간 동안 이어진 숨진 박씨의 잦은 손찌검에 심신이 지칠 만큼 지쳐있었으며 박 일병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사건이 발생한 당일도 2년여 만에 집에 들른 양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다시 폭력을 휘두를 것이라고 판단한 박씨가 우발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