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배 과수원 저온 피해 막는 ‘새 연소 기술’ 개발
매연 발생량 4분의 1로 줄고, 연소 시간은 최대 5시간 유지
2020-02-12 전승완 기자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은 해마다 반복되는 배 과수원의 봄철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해 환경 친화적인 연소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배꽃이 피는 시기에 서리와 저온으로 꽃이 죽는 저온 피해가 발생한다. 올해는 12월과 1월 기온이 예년보다 2.4℃ 높아, 3월~4월 갑작스러운 추위가 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해 과거에는 왕겨, 짚, 전정 가지를 태워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는 폐기물관리법에 저촉된다. 바람(방상팬)과 물(살수법)을 이용한 장치도 보급됐지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실제 농가 보급은 미미하다.
농촌진흥청이 새로 개발한 기술은 금속용기에 메탄올 젤, 목탄, 액체파라핀 등 3종의 자재를 배치해 연소하는 방식이다. 이들 연소 자재는 친환경적 소재로, 기존 석유류로 연소했을 때보다 매연 발생량을 4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연소 자재를 분리‧배치하고, 액상 연료가 연소 과정 중에 고르게 혼합되게 해 완전히 탈 때까지 불꽃 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연소 시간은 금속용기 뚜껑을 닫는 수준에 따라 뚜껑을 절반 수준으로 열었을 때는 5시간 30분, 완전히 열었을 때는 1시간 30분 동안 유지된다.
연구진이 대기가 정체된 가운데 뚜껑을 완전히 열고 가로, 세로 각 6m로 연소 자재를 배치해 불을 붙인 결과, 3시간 40분 동안 외부 기온보다 1℃ 상승한 상태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기술을 사용하면 비용도 경제적이다. 방상팬과 살수법은 10아르(a)당 각각 295만 원과 85만 원이 소요되고 과수원 규모에 따라 초기 시설비가 많이 들지만, 새로 개발한 연소 자재는 약 30만 원 수준이며 초기 시설도 필요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규모 과수원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개발한 연소 자재를 특허 출원하고, 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보급 중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강삼석 배연구소장은 “과수 농가 대부분이 저온 피해를 본 뒤 대책 중심으로 대응해 왔지만, 피해가 잦은 과수원은 연소 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과실이 안정적으로 달리도록 해야 한다”며 “연소 자재를 사용할 경우 불을 붙일 때부터 끌 때까지 외부 기온 변화를 주시하면서 연소량을 조절하고, 주변을 미리 정리해 화재 위험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