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40대 자화상
2020-02-13 매일일보
지난달 15일 ‘2019년 고용동향 및 향후 정책 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작년 취업자, 고용률, 실업 등 3대 고용지표가 모두 개선되면서 양적 측면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작년은 일자리 반등의 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15세 이상 65세 이하의 전 연령층에서 고루 고용율이 증가했지만 유독 40대에서만 전년 대비 0.6%의 감소를 보였다. 노동시장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40대의 이 같은 고용율 감소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많다.
왜 유독 40대에서만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 온 듯하다. 단순하게는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그렇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 또한 중요한 이유인 것은 맞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산업구조 변화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급격하다. 1960년대의 농업사회가 반세기만에 1, 2, 3차 산업시대를 거쳐 4차 산업혁명시대로 징검다리 건너듯 껑충껑충 뛰어 건너가고 있다. 당연히 직업 일선에서는 그 변화를 수용하는 수준에 따른 많은 편차들이 개개인의 삶을 가른다. 그런 급격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40대 즈음에 가장 격렬하게 맞서게 만든다. 나아가거나 탈락하거나 그 결과에 개개인이 책임지도록 요구되는 제 1선에 서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40대는 누구인가, 인생에 있어 가장 황금기라 할 수 있는 40대가 혹독한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1970~1979년생인 40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 1997년 IMF외환위기, 30대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의 좌절과 고통에는 우리사회의 위기가 맞물려 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40대 또한 편안한 건 아니다. 20, 30대 젊은 후배들 눈에는 이미 기득권층으로 치부되며 스스로의 입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 손에 쥔 것은 별거 없는 것 같고 위로부터는 여전히 쪼이는 처지인데 후배들은 시대적·세대적 책임을 따지고 들고 자칫하다 꼰대로 몰리기나 한다면 딱히 대응할 만한 해법도 없다. 그런 시기에 직면해 있는 거다.
한국인의 평균연령은 42.1세, 근로자 가구 가장의 평균은 49.5세,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시기는 43.3세, 보편적으로 소득이 점차 증가하다 40대 후반에 정점을 찍는다. 40대는 경험과 추진력을 갖춰 생애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이자 가정에서는 내 집 마련과 자녀 학자금 등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의 상황이 유독 현재의 40대들만 겪는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40대는 직장생활에 있어서 특히 불운한 시대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 이전 세대들이 겪은 가난을 대물림하지는 않았고 물질적으로는 분명 나아진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틈새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세대인 것 또한 사실이다.
40대여!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