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항공업계]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지원, 숨통 트일까
정부, 항공 분야 긴급 지원책 발표…LCC에 최대 3천억원 지원
항공업계 “유동성 지원 환영”…다만, 장기적 대안으로는 역부족
2021-02-17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정부가 항공업계를 위해 유동성 지원 등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선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지원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항공산업 전반의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17일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항공사에 운영자금을 긴급 융자해주기로 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항공사에 대해 산업은행에서 대출 심사절차를 거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특히 LCC에 대해 최대 3000억원 내에서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LCC 지원안은 △긴급융자 프로그램(최대 3000억원) △공항시설사용료 유예 △항공기 운용리스에 대한 공적보증 프로그램 도입 △인천국제공항 슬롯 확대(시간당 65회→70회) 등이다.
앞서 항공업계는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9·11 테러 대책에 준하는 실효성 있는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대한항공 1400억원, 아시아나항공 1100억원 등 총 2500억원의 긴급경영안전자금을 융자해줬다.
정부의 이번 자금수혈 결정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여객 감소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당시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사스의 경우, 발병 4개월 후인 2003년 3월 항공여객이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고, 메르스는 국내 발병 한달 뒤인 2015년 6월 12.1%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한달 만에 무려 32.2%의 항공여객이 감소했다.
연초 주 546회 중국을 오가던 우리 항공사의 운항 횟수는 2월 첫째수 주 380회로 30% 가량 줄어든데 이어 2월 셋째주에는 주 126회로 77%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확인된 동남아 일부 지역의 노선도 감축하는 추세다.
여행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권 예약 취소·환불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항공사의 환불액은 대한항공 1275억원, 아시아나항공 671억원, 제주항공 225억원, 티웨이항공 227억원, 진에어 290억원, 이스타항공 190억원, 에어서울 40억원 등 총 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단거리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LCC들은 ‘파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해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재무압박이 거세진 탓이다. 실제로 LCC들은 지난해 제주항공 451억원, 티웨이항공 192억원, 진에어 491억원, 에어부산 505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 4곳은 현재 무급휴직 등으로 마른수건을 짜내는 중이다. 맏형 제주항공은 경영진이 먼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기로 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도 15일 이상 무급 휴가를 사용하도록 했다. 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타 LCC들도 희망 휴직과 무급 휴가를 신청 받는 등 긴축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항공사들은 일단 정부의 이번 유동성 지원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여객 수요 급감으로 비행기를 운항할 때마다 손실이 발생하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신속하게 집행되기만 한다면 이번 자금 수혈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지원이 항공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뭄에 단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미 LCC들의 위기감이 짙어진 만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자금 지원이 LCC들에겐 단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위기감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LCC외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 해운업계와 외식업계 등도 이번 지원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30일부터 한국과 중국의 여객운송이 끊기면서 한~중 항로 여객선사와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업체 매출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중 여객항로에서 발생하는 여객 관련 매출은 연간 1500억원 정도다.
정부는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6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신설하고, 여객운송 중단 기간에 항만시설 사용료와 여객터미널 임대료를 최대 100% 감면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면서 “정부의 이번 지원을 바탕으로 수익성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정부의 지원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100억원 규모의 외식업체 육성 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 금리도 0.5%포인트 인하해 2~2.5%로 낮출 계획이다. 또 외식업체의 식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재료 공동구매 조직화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대상자는 다음 달 선정하며, 이를 통해 외식업소 조직 50곳에 1곳당 1000만원씩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