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쟁 ] 기업간 소송戰, 장기화 시 피해 우려 커
SK이노베이션, 화해 손짓 내밀 듯…LG화학 측 “대화 문 열려 있어”
2021-02-18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지난 2017년 말부터 진행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사 모두 득보다는 실이 많은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델라웨어 법원 소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계속 진행될 경우 수천억원에 달하는 소송비용뿐만 아니라 최종 판결까지 2년 남짓 시간이 소요돼 어느 회사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일정 부분 출혈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대표 기업 간 양보 없는 다툼은 여론 악화로 이어져 그간 구축해온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패소가 확정되면 배터리 부품 소재를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게 돼 미국 공장에서의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지난 1년간 소송전으로 인해 지출한 비용만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에 실패해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최대 5000억원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과거 특허소송 사례로 볼 때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미국 내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받거나 특허 구매비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종결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중국 배터리 기업 ATL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소송을 벌이며 ITC 제소에 임한 바 있다. 결국 ATL로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3%를 매년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분쟁을 조기 종결했다. 지금의 SK이노베이션 사례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의 판단이 나온 뒤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지만,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LG화학 역시 입장문을 통해 “남아 있는 소송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래 부가가치가 높은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두 기업의 다툼이 지속될 경우 해외 기업들에게만 득이 되는 것 또한 문제다. 국산 배터리의 미국 시장 판로가 막히면 일본, 중국 유럽의 배터리 업체들이 그 빈틈을 파고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특허분쟁을 벌이다가 합의한 대만의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두 회사는 자사 및 고객사가 얽힌 모든 소송을 2달여 만에 중단했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소송전은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자 양측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했고 합의라는 공통분모로 수렴했다. 두 회사는 운영의 자유를 보장하고, 서로의 기술 및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소송전은 결국 종국에는 합의로 이어진다"면서도 "기업의 특허나 영업비밀 등 지적재산권 역시 지켜야할 중요한 요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