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쟁] 글로벌 2차 전지 시장, ‘물량 中’-‘기술 日’ 비집고 韓 영향력 확대

중국, 내수시장 크고 정부 지원 있지만 기술력 떨어져 일본, 원천기술 보유했지만 안전 추구하다 주춤 한국 배터리 3사, 일제히 순위 오르며 신흥세력으로 자리매김

2021-02-18     조성준 기자
미국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글로벌 배터리(2차 전지) 시장이 새로운 한‧중‧일 경쟁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스앤리서치의 작년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집계 자료에 따르면 1위부터 5위까지 순서대로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한국 LG화학, 중국 BYD, 한국 삼성SDI가 차지하고 있다. 한중일 기업들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셈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으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지만 양사 모두 작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순위가 오르며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강세가 지속돼왔지만 중국의 CATL 등이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을 석권했고,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기술력을 앞세워 위치를 차차 올려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와 관련해 “2000년대 중반까지는 일본 업체들이 (배터리) 세계시장을 석권했는데, 200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과 중국이 급속히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은 배터리 점유율을 빼앗기는 것 이상으로 기초소재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전지의 4대 요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소재 시장에서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최대 강점은 역시 탄탄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내수 시장만 담당한다해도 막대한 판매량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다 중국 당국의 자국기업 키우기 전략에 가장 많이 수혜를 받는 분야다. 하지만 기술력이 한국과 일본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본은 테슬라에 배터리를 장기 공급해오면서 쌓은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이 강점이지만 공격적 투자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호해온 결과 한국 기업들에게 기술력을 상당 부분 따라잡힌 상태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기술력과 잠재력 모두 우수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 등 사업환경과 시장 지배력에서 열세다. 특히 설비 투자를 병행하며 수주를 진행해야 한다. 내수 시장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 개발을 병행하고 있어 안정적인 내수 시장 자체가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기업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줄일 것으로 보여 향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기술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중국 정부의 차별 속에 막대한 크기의 중국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한국과 일본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온 셈이다. 중국 업계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중국 생산능력을 늘리면 CATL은 가격 경쟁력 저하와 이윤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파나소닉은 전통의 파트너인 테슬라와의 확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고, 여전히 원천기술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보다 앞서있다. 중국은 보조금 축소를 계기로 CATL 중심으로 난립했던 배터리 제조사들을 정리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기술력에선 일본에, 성장 잠재력에선 중국에 밀린다. 한국이 중국, 일본 사이에서 분명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재료·인프라 3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