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검사내전과 라임자산운용

‘여의도 저승사자’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7년 노하우 공중분해 아쉬움 묵묵히 자기자리서 야근 마다않는 검사들마저 개혁 '도마' 위에 올릴텐가

2021-02-20     이승익 기자
이승익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모두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에 열광해 있을 때 드라마 ‘검사내전’이 최근 조용히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검사내전’은 결코 잘난 척 하지 않고 조용히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해가는 직장인 검사들의 에피소드를 다른 드라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우리 시민 모두가 바라던 검사상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지금의 검찰 기능과 역할에 의견이 분분할 때 반면교사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큰 울림을 남겼다. 최근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우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해체됐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박 대통령은 대선테마 기업들의 주가조작이 기승을 부리자 강도높게 증권범죄에 대한 단속을 검찰에 요구했다.  성과는 컸다. 7년이라는 기간동안 1000명에 가까운 증권범죄 및 기업사냥꾼들을 소탕했다.  반면, 부작용도 있었다. 남부지검내에 막강한 칼을 잡은 검사 중에는 스폰서 검사와 기업범죄자들의 결탁한 ‘탐관오리 검사’도 배출했다. 현 정부는 조국 사태와 맞물려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개혁의 마스터플랜에는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해체도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선 조국 수사와 맞물려 청와대의 입김이 대거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청와대와 검찰의 힘겨루기가 한창인동안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사실상 조국 관련 수사에 올인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합수단은 제기능을 상실한채 개미투자자들을 울린 기업사냥꾼과 금융범죄에 대해서는 화력을 집중할 수 없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긴급 수사가 골든타임을 놓쳤다. 주요 라임 관계자들은 범죄수익을 은닉하기에 시간이 충분했고 각종 증거인멸과 도주도 이뤄졌다. 심지어 관련 상장기업의 머니게이머들은 아직도 무자본 M&A와 불공정 주식거래를 일삼으며 버젓이 거리를 횡보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검찰개혁안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외에 현 정권을 겨냥해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도 대폭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신 형사부와 공판부를 늘려 민생사건 처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검찰의 반부패 수사와 금융범죄 수사는 이로 인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선 7개 부서가 사라진다. 반부패수사4부는 공판부로 바뀌고, 반부패수사3부는 경제범죄형사부로 간판을 바꿔 단다. 선거·노동·공안 사건을 맡는 공공수사부와 관세·외환 범죄를 다루는 외사부 등도 이번에 대폭 축소된다.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범죄를 두고 검찰 기능을 축소하는게 맞는지 다시 한번 재고해야 된다. 지금까지 노하우가 쌓여 있는 각종 화이트칼러 범죄는 하루아침에 노하우가 쌓이질 않는다. 그간 수사를 경험했던 검사와 베테랑 수사관들의 지력과 경험치가 차곡차곡 쌓여온 산물이다. 그걸 하루 아침에 날려버린다면 과연 웃고 박수칠 사람들이 누군인지 생각해 보면 검찰개혁의 그림이 올바로 그려질 것이다. 검찰개혁은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권력의 시녀로 끝이 나선 안된다. 철저히 지금의 범죄 유형이 무엇인지, 시대의 부조리가 무엇인지, 검찰 독립과 검찰의 독점적 권력의 합리적 균형점이 어디인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밑그림이 완수될 것이다.  새벽 출근길 목동의 서울 남부지검 앞을 지나간다. 방마다 불이켜져 있는 것을 보니 오늘도 야근에 시달려 집에도 못들어간 검사와 수사관들이 수두룩한 모양이다. 주 52시간이 대세라지만 검찰은 노동 규정의 혜택도 먼 얘기다.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과도한 업무에 맞서 야근을 마다하지 않는 수많은 검사와 수사관들마저 검찰 개혁의 도마위에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