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징금 폭탄' 맞은 기업들 올해도 '끙끙'
담합 업체들, 공정위 상대 잇단 항소...실적 하락 우려
[매일일보 김효인 기자] 지난해 담합혐의로 과징금 폭탄을 맞은 기업들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잇따라 항소에 나섰지만, 재판 향방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돼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담합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철강·전선·정유 관련 기업들은 경기 침체가 올해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징금으로 인한 이중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체 포스코강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72억원으로 전년대비 92% 급감했다. 실적악화의 주된 요인은 지난해 담함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포스코와 포스코강판,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세아제강, 세일철강 등 7곳의 철강업체의 가격담합을 적발해 모두 2917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포스코강판이 납부해야 할 벌금은 19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30%를 차지할 정도의 거액이다.
현대하이스코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 증가한 115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735억원이란 거액의 과징금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은 같은기간 75% 감소한 14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업체는 과징금 처분 결정에 불복해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현대하이스코는 4일 법원에 과징금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포스코강판은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업계 역시 공정위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한전선을 포함해 4개 전선업체의 한국전력 납품가 담합을 적발하고 과징금 136억원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대한전선은 과징금으로 인한 영업손실이 가장 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0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7%나 급감했다.
4개 정유사도 지난 2011년 공정위로부터 원적지관리 즉 '주유소 나눠 먹기' 담합 혐의로 4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가운데 에쓰오일이 부과받은 438억원의 과징금은 올해 순이익 452억 중 90%에 달한다. 에쓰오일은 소송을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았으나 공정위가 상고할 의사를 밝혀 앞으로 법정다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공정위가 벌금을 부과하면 일단 기업은 해당 분기에 과징금을 납부한 후에 법원의 최종판결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환불 받는 과정을 거친다"며 "벌금부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함께 이에 대한 법적 소송은 비용부담으로 이어져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