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선진국은 어떻게 다른가?

英, 제도 개발했지만 기업과 사회 전체 고려한다는 원칙 확고 美, '연금 사회주의' 비판 있었지만 금융 시장 변화에 관심 사라져 日, 거대 공적 연금 있지만 직접 의결권 행사 안 해

2020-02-20     조성준 기자
스튜어드십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내 경영 환경에 확대 도입되면서 해당 제도를 먼저 도입했던 선진국 사례를 볼 때 본 취지에서 변질된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본주의의 원조 격인 영국에서 지난 2010년 시작됐다. 영국은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업이 사익추구를 위해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윤리적이지 못한 경영을 하는 부작용을 많이 목격해왔고, 이를 제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영국 경영계에서 ‘ESG(환경·사회적책임·재무구조)’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의 영리활동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기관투자가 기업의 자본 배분과 관리에 쓰이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개정된 영국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있는데, 기업과 근로자, 환경과 사회 등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며 의결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애초에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금융개혁을 목적으로 했으며, 기업개혁의 개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 기관이 아닌 투자한 금융기관에 의한 자율규제 성격이 강하다. 영국적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 경영환경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경영학 대가 피터 드러커가 1976년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내놓으면서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비판하는 논리가 펼쳐졌다. 미국은 1980년대 잠시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내용의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있었으나 기관투자자들이 담합까지 하면서 경영진을 압박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또한 일반 펀드 시장이 자연 성장하고, 90년대 들어 뮤추얼펀드 규모가 연기금 규모를 압도하면서 이같은 논쟁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일본은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을 외부 기관에 위탁 운용한다. GPIF 기금운용위원회는 의결권 행사에 관한 기본지침만 위탁기관에 제시할 뿐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의결권 판단을 직접 하지 않아 자체적 의결권 행사 지침조차 없기 때문에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열거한 선진국 외에도 노르웨이국부펀드(GPFG), 네덜란드공적연금(ABP), 캐나다공적연금(CPP) 등과 비교해도 비대한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고 의결기구는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되며 민간위원들도 사실상 정부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또한 위원들은 기금운용 전문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상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기금의 정치적 투명성이 우려스러운 수준인 것이다. 재계 한 전문가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해 기업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문제 소지가 많다”며 “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제도 보완을 하지 않는다면 연금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