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매출 4000억 원대 진입할지 기대감
연매출 3천억 ‘박카스’외 블록버스트급 브랜드多
강신호 명예회장이 대부분 제품 직접 작명
강 회장, ‘제1회 대한민국 약업대상’ 수상도
올해 박카스 성분 담은 화장품으로 덩치 키울 예정
2021-02-24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일반의약품으로 유명한 동아제약이 지난해 매출 4000억 원을 넘기며 2013년 분할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업계의 눈길을 끈다. 오랜 역사와 브랜드 가치를 가진 장수 일반의약품들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일반 의약품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품질력이 기본 바탕이 돼야 한다. 아울러 대부분 한 번 들었을 때 약의 효능을 잘 전달해준 제품 이름들이 히트 상품이 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동아제약에는 박카스·판피린·가그린·모닝케어 등 누구나 한 번쯤 섭취하고 사용했을 브랜드들이 적게는 100억 원, 많게는 3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강신호(사진) 명예회장이 빠질 수 없다. 강 회장은 ‘박카스 신화’를 일궈내며 자사를 국내 최대 제약사로 발돋움시켰던 장본인이다. 박카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제품명을 본인이 직접 작명하는 등 애착이 남달랐다.
강 회장의 대표 히트작은 ‘국민 드링크’로 불리는 ‘박카스’다. 강 명예회장은 피로에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주고 장과 간을 보호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약 이름을 생각하던 중, 독일 유학 시절에서 본 한 동상을 떠올렸다. 함부르크시청 지하 홀 입구에 있는 로마신화 속 포도주와 추수의 신 ‘바커스’다. 바커스는 ‘술의 신’으로 술꾼을 지켜주고 풍년이 들도록 도와준다. 약품의 개발 동기나 효능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판단, 박카스로 이름을 지었고 결국 대박을 터트렸다.
박카스는 1961년 정제 형태로 선보인 후 1963년부터 지금과 같은 드링크제로 전환해 지난 59년간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4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박카스는 2011년부터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서 편의점·슈퍼마켓 등에서 판매가 허용되면서 매년 최대 판매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단일 제품으로 국내외 포함 연 매출 3000억 원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액상 감기약 ‘판피린’은 피로회복제 박카스와 함께 동아제약의 장수 히트 제품으로 꼽힌다. 내년 60돌을 맞는 판피린은 현재 액상 감기약 시장에서 매년 3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종합감기약 브랜드 파워 명맥을 이어오는 데는 제품력뿐만 아니라 제품명과 광고의 영향이 컸다.
판피린은 195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반의약품 허가를 받고 1961년 첫 생산 및 판매를 시작했다. 1961년에는 알약이었다가 1977년부터 현재와 같은 크기의 병에 담긴 액제 형태로 변경됐다.
판피린 역시 강 회장의 작명 노트에서 나왔다. 판피린(Panpyrin)은 통증(Pain)과 열(Pyrexia)이란 단어가 조합된 말로, 감기의 대표 증상인 통증과 열에 탁월한 감기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7년부터는 큐(Q)를 붙였는데, 큐는 감기를 빨리 낫게 한다는 의미로 ‘빠르다(Quick)’에서 따왔다.
또 동아제약은 TV나 지면 광고를 통해 두건을 쓴 판피린 인형을 계속 노출시켰다. 인형에 걸맞은 목소리를 가진 성우 장유진 씨를 기용,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메시지로 감기에는 판피린이라는 것을 소비자의 인식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흉터치료제 ‘노스카나겔’은 지난해 연 매출 100억 원이 넘으면서 동아제약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발매된 노스카나겔은 2015년까지 매출이 10억 원대에 불과했으나 2016년부터 29억 원의 매출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7년 65억 원, 지난해 1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아제약은 분할된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00억 원대 일반의약품이 배출된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노스카나겔은 여드름 흉터와 수술 흉터, 비대성 흉터, 켈로이드성 흉터에 효능·효과를 나타내는 일반의약품이다. 노스카나겔 역시 강 회장의 작명 노트에서 지어졌다. ‘없음’을 뜻하는 ‘No’와 흉터라는 의미를 지닌 ‘Scar’의 합성어로 노스카나를 사용하면 흉터가 없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아제약 측은 “발매 당시 ‘고함량 흉터 치료제’로 판매했지만 2016년 ‘여드름 흉터 치료제’로 포지셔닝을 바꾸는 전략을 펼치면서 약국 내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한 점이 매출 상승을 끌어냈다”면서 “지난해에는 걸스데이 출신의 혜리를 내세운 TV 광고와 유튜브, SNS 등의 마케팅 활동에 집중한 점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동아제약의 대표 소화제인 ‘베나치오’는 ‘배가 낫지요’라는 문장을 네 글자로 줄여 만든 이름이다. 이 참신한 브랜드 역시 강 회장의 작품이다. 베나치오는 20㎖ 형태에서 용량 75㎖로 늘리고 가루약 또는 알약과 함께 액제 소화제를 복용하는 소비 행태를 고려해 베나치오 세립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베나치오는 출시 직후인 2009년 매출액 4억 원에서 2016년 출시 후 처음으로 연간 1000만 병 판매를 돌파,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90억 원대의 매출로 액상 소화제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이밖에 1985년 국내 출시된 ‘가그린’은 매년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매출 300억 원대를 넘기고 국내 구강청결제 오프라인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숙취해소 음료 ‘모닝케어’도 발매 15주년을 맞이했으며. 연평균 매출 100억 원을 넘기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강 명예회장이 직접 작명한 의약품들은 쉽게 기억돼 의사와 약사, 소비자 모두에게 인지도를 넓힐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12일 강 명예회장은 대한약사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의약품유통협회에서 주관하는 ‘제1회 대한민국 약업대상(제약바이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올해 덩치를 키우기 위해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섰다. 박카스 성분을 적용한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으로 더마 화장품 시장에도 본격 진입했다. 한편 충남·당진에는 오는 2022년까지 1150억 투자해 박카스·베나치오 생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