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생충과 자영업의 추억

2020-02-25     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김서준(土美)
[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와 유럽의 굵직한 영화제를 휩쓸었다. 칸 영화제 이후 200개에 달하는 해외 영화상을 받았다. 백인들의 축제에서, 그것도 미국의 배급사·스튜디오의 자본력과 캠페인에 아시아계 영화가 높게 평가된 것은 아카데미가 이제 인종·이념적 차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화 기생충을 한국의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50년 간의 한국경제 중 가장 큰 가시적인 브레이크는 IMF(국제통화기금) 전후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제조업 위축과 경제 양극화, 저성장 등으로 새우등 터진 것은 자영업이다. 그 때 즈음, 많고 많았던 프렌차이즈 사업은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거나 인생 대박의 오아시스같은 희망을 주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우의 아버지는 치킨집과 대만 카스테라 등의 자영업을 하다 망해 온가족이 반지하에 살게 되는 설정이 나온다.  우리는 삼겹살, 붕어빵, 떡볶이, 조개구이, 음료 등 수없이 많은 프렌차이즈 메뉴들이 시시각각 곁을 스쳐 지나갔던 것을 기억한다. 적어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이란 유행을 굉장히 많이 타고 공급자의 갑질과 횡포 등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도 안다.  퇴직 후, 아니면 가난을 신화적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대박, 성공신화 등의 단어들로 조합시키면서 종잣돈을 유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먹거리 프렌차이즈의 공급 과잉은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소비자의 감각도 점점 높아져 소비자의 입맛과 변덕, 변심에 맞춰가는 것도 만만치 않게 됐다.  누군가는 유행을 시키고, 누군가는 어떤 것에 이끌려 소비한다. 마치 그것을 소비하지 않으면 시류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 만큼 우리나라에 있어서 공통된 주제, 즉 먹거리와 오락거리에 대한 유행은 빠르다. 최근 프렌차이즈 공급 본사는 초기 자영업자의 자본금을 낮추고 인테리어·시설의 비강제적 옵션 등으로 예전에 비해 진출장벽을 낮추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본사의 이익은 신규 점포의 출점 수다. 출점 수가 많아질수록 경쟁점이 생겨나게 되고 인기도 곧 사그라들 수 밖에 없다. 과다경쟁, 과다출혈의 피해자는 기우의 가족과 같은 전 재산을 투입한 자영업자다. 장사와 마케팅에 서툴러서 뛰어든 카스테라와 치킨 장사는 온 가족이 반지하로 들어가 살게 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영화 기생충이 보여주고 있다. ​문화와 예술은 ​지구촌에서 함께 생존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교류하게 해준다. 계층과 신분, 자본주의에서의 악역에 대한 의문점을 남기는 영화 기생충은 지금의 우리 사회와 돈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을 보여준다.

가난한과 부유함의 극적인 대조는 이제 세계인들에게도 독특하고 공통된 주제를 줬다. 자영업의 계속된 실패로 굴곡과 좌절이 켜켜이 쌓여가는 주인공 기택의 심리는, 어쩌면 자꾸만 높아지는 한국의 자본주의 한켠에서 하루하루 숨쉬기 어려운 어떤 이들을 향한 공포의 메타포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변하고, 빨리 성공하고, 빨리 줄 서야 먹고 살수 있다는 한국에서의 삶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