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고졸신화' 막을 내리다
2021-02-27 매일일보
1956년생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 1959년생 이경재 오리온 사장, 1960년생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고졸 학력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졸신화'이다. 특히 '글로벌 1등 가전'을 만든 조 전 부회장은 재임시절 우리에게 익숙한 트롬, 트원워시, 스타일러가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개발되었고 '글로벌 1등 가전' LG전자를 만들었다. 그런 그가 2019년 말 43년간 재직한 회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발간된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 하향취업률이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고졸자들의 일자리에 뛰어드는 대졸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일자리를 놓고 고졸자와 대졸자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앞으로 제2의 조성진을 만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70%로 OECD국가의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취업난으로 고학력 실업자들은 하향취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학력 인플레이션이다. 대졸 이상 인력이 적정한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개인과 가정의 시간적·재정적 손실도 심각하다. 부모들은 먹을 것 못 먹고 안 입고 절약하며 무리해서라도 자신의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지만 대졸이상의 인력이 하향취업하면 박봉에 시달려야 한다. 2004~2018년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은 177만원으로 적정취업자의 임금(284만원)보다 38% 낮았다.
필자는 말하고 싶다. 과연 다시 고졸 시대가 올까? 10년 이내에 소득양극화가 해소 될까? 10년 이내에 입시전쟁이 끝날까? 아니라고 생각 되면 LG전자와 같이 세계로 눈을 돌려라. 인건비 상승 등 한국의 생산 여건이 어려우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국제경쟁력을 유지한다. 이게 어디 LG뿐이겠는가. 대기업의 해외 고용이 국내 고용을 추월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생존, 이익극대화, 국제경쟁력 강화 등의 이유로 기업의 해외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2010년 이후 국내 대기업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우리도 생존과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게 대학에 진학하자. 한국 대학, 유럽 대학, 일본 대학, 베트남 대학, 중국 대학 등 글로벌 시대에 맞게 고르자. 10년간 대학등록금이 동결되어 국제경력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대학에 들어가 4년간 등록금 포함하여 2000만원 이상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원하는 취업을 못 한다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70%이상의 대학진학율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그 많은 대졸자가 들어간 양질의 일자리는 무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