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상대 고르기’ 남녀간 차이 뚜렷

상담시 女 ‘전남편 단점’-男 ‘이상형’ 열거

2010-05-13     류세나 기자

[매일일보] “저는 전남편 같은 사람은 딱 질색입니다. 그래서 직업은 교수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학교도 S대 출신은 반갑지 않습니다. 잘난 체 하고 이기적인 경우가 있어서요. 너무 효자인 장남도 부담되고 혈액형은 B형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출신지도 경상도는 제외하고 서울, 수도권 쪽으로 해주세요. 아무래도 좀 더 개방적이고 부드러워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아서요.”

재혼을 희망하는 39세의 한 여성이 재혼정보업체에서 자신의 배우자 상을 피력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전남편이 가졌던 사항을 배제시켜달라는 요구로 가득 차 있다는 것. 결혼정보업체 관계자에 의하면 많은 여성 재혼 상담자들은 전 배우자가 가졌던 사항은 모두 다 싫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혈액형이나 나이(띠), 출신지, 장남여부, 직업, 출신학교 등은 물론 신장도 크면 큰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싫다. 성격도 호방하면 호방한대로, 또 쪼잔하면  쪼잔한대로 피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재혼이라도 남성의 경우는 여성과 반대로 이상적 배우자 조건 중심으로 나열한다고 한다. 대기업 임원인 48세 남성의 상담내용을 보자.

“나이는 아무래도 42세 이하여야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배우자가 상당히 미인이었기 때문에 외모도 어느 정도는 돼야하고요. 한번 실패했으니 재혼하여 잘 살려면 속이 깊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지 않은 여성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같이 결혼정보업체에서 재혼 상담을 하다보면 남녀간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대부분 전남편의 단점을 열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나, 남성은 전배우자를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언급하더라도 단점보다는 장점을 피력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것.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대표 손동규)와 재혼전문 결혼정보 사이트 온리-유()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이 입증된다. 상기 두 업체가 금년 1월부터 5월 9일까지 자사에서 재혼 상담을 한 남성 453명과 여성 438명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남성의 경우 전 배우자의 단점을 꼬집거나 흠담을 열거한 사례는 48명(10.6%)에 불과했으나 반대로 장점을 부각시킨 사례는 63명(13.9%)으로 더 높다. 주로 전 배우자의 외모나 가정환경, 교양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 이상의 배우자감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데 활용한다. 그러나 나머지 75.5%는 아예 전배우자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많은 차이가 있다. 조사 대상자 중 75.1%인 329명이 전 남편의 단점을 열거하며 재혼 대상자가 가져서는 안 될 기피사항으로 배제시키는 것. 전 배우자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한 비중은 5.3%인 23명에 불과했다. 같은 맥락에서 남성과 여성 간에 재혼 배우자조건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즉 여성의 경우는 전남편과 비슷한 사항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최우선적 조건이다. 이에 반해 남성은 초혼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희망 배우자 조건을 제시한다. 재혼전문 온리-유의 이경 회원관리실장은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남성의 잘못은 확연하게 드러나는 반면 여성의 단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크게 부각되지 않는 편이다”라며 “따라서 이혼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여성이 피해의식을 크게 느끼다보니 전 배우자에 대한 인식도 남성보다 나쁜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비에나래의 손동규 대표는 “검은색의 반대가 흰색이 아니고 검은색을 제외한 모든 색이듯 재혼 대상자를 고를 때도 단순히 전 배우자의 단점을 탈피하는데 급급해서는 또 다른 실패를 부를 수 있다”라며 “큰 틀의 배우자 조건을 설정한 뒤 폭넓게 만남을 갖는 가운데 종합적으로 봐서 자신과 좀 더 잘 어울리는 배우자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