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리더십’… 책임장관제 ‘伏地不動’되나
세부사항까지 지시에… ‘구체적 업무보고’ 비상
2014-03-20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정부 각 부처의 주요 업무는 물론 미처 생각지도 못한 세부 현안에까지 구체적인 지시를 내놓는 ‘깨알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모토인 ‘책임장관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깨알 리더십’과 관련,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둔 부처들 중에는 박 대통령의 ‘미시적인 지시’에 맞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내는 곳이 있을 정도다.환경부 관계자는 20일 “대통령은 추상적인 업무보고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하면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있고 뭐가 달라지는지 구체적인 것을 원한다. 그런데 대기질이나 수질 같은 환경분야는 그런 것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다”고 말했다.국가적인 어젠다나 사회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주요 사안은 상관이 없지만,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단기 계획’과 ‘구체적 성과’를 담은 정책을 강조하다 보니, 업무보고를 앞둔 각 부처마다 비상이 걸린 것이다.실제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국무회의 등에서 자신이 직접 특정 분야의 미세한 문제까지 깨알같은 주문을 내놓으며, 향후 정부 부처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표를 만들어 (공약을) 추진하라”며 ‘체크리스트’ 작성을 강하게 주문하고, 경우에 따라 리스트에 들어갈 구체적인 항목마저 정해주는 것이다. 해빙기 안전이나 주가조작 근절, 농협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 확대 주문 등이 디테일한 지시의 대표 사례다.박 대통령이 이런 ‘깨알 리더십’을 펴는 배경에는 모든 행정활동의 초점은 ‘공약 실현’에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8일 최근 장관들이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다른 말을 쏟아낸 점을 질책하며 “대선 때 열심히 공약을 얘기했는데, 장관이 취임해서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공약 실행 외에 ‘딴생각’은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자, 각 부처 공직자에게 일사불란한 행정을 강조한 것이다.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당초 약속한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구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집에서 “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고, 총리의 정책조정 및 정책주도 기능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책임장관제’와 관련, “예산, 인사, 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처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한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