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김병관 임명 강행할까 철회할까
김 국방 내정자 둘러싼 靑 기류 심상치 않아 귀추
2014-03-20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논란이 이어지는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가 정국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할 국방부 등 핵심부서의 수장과 관련된 인사잡음이 계속 불거지면서 ‘박근혜식 정책 드라이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내정 여부에 관심이 높다.이같은 인사잡음은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는 정책구상을 추진할 수장들의 임명이 지연되는 문제를 넘어 정권의 신뢰도 자체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김 내정자에 대해 내정 초부터 이어진 논란이 잦아들기는 커녕 계속해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야당에서는 김 내정자에 대해 ‘의혹의 화신’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붙인 상태다.국방장관이 정식 임명도 되기 전에 이처럼 갖은 생채기가 나면 60만 대군을 이끄는데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김 내정자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진 계기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미얀마 자원개발 업체인 KMDC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 지난 19일 뒤늦게 언론을 통해 밝혀진 점이다.민주당은 KMDC가 미얀마 자원개발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당시 정권 실세가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2011년 집중 제기했고, 당시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당장 민주통합당은 “명백한 위증이자 허위자료 제출”이라면서 “의혹의 화신인 김 내정자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엉뚱하게 이뤄질 경우 김 내정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박기춘 원내대표는 20일에는 김 내정자가 자원개발 업체인 KMDC와 함께 미얀마를 방문했지만 국회 제출 자료에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이에 따라 당초 박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미얀마 건을 계기로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일단 청와대는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까지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다만 한 고위관계자는 “김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 기류는 흐름이 확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아직은 임명을 철회할 결정적 사유가 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한반도 안보 위기가 위중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이상 국방장관 자리를 비워놓을 수 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새로 인선을 하더라도 그 인사가 흠결이 없으리란 법이 없는 만큼, 생채기는 났더라도 이미 인사청문회를 거친 김 내정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깊다”, “머리 아파 죽을 지경”이라는 말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임명 철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다른 관계자도 “우리도 (여론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이 김 내정자의 거취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이런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김 내정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새누리당이 김 내정자의 재산 관련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새누리당은 20일 김 내정자가 재산신고에서 미얀마 자원개발업체인 KMDC 주식 보유 사실을 누락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공개 회의석상에서 자진사퇴 요구가 터져나오는가 하면 지도부 차원의 진상파악에도 착수했다.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 “김 내정자는 더 이상 대통령을 욕되게 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며 “사기로 먹고 사는 군을 어떻게 지휘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심 최고위원은 이어 “국방장관은 장병들에게 죽음과 희생을 명령하는 입장인데 이렇게 누더기가 돼 어떻게 영(領)을 제대로 세울 수 있겠냐”며 “황우여 당 대표가 언론의 심각한 비판과 당의 이같은 분위기를 대통령에게 전달해주셔서 대통령이 바른 결심을 해주게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그는 “김 내정자가 바빠서 (주식 신고를) 깜빡했다고 하는데 변명이 구차해 보인다. 거짓말이 너무 심했다”고 맹비난했다.김용태 의원 역시 이날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김 내정자가 주식 보유 사실을 누락했다면 그것이 고의든 실수든 중대하게 청문절차를 방해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대형 의혹”으로 규정했다.김 의원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국방부의 수장이 입각하기도 전에 이렇게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과연 영이 서겠느냐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대통령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국민여론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우회 촉구했다.황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회의후 비공개 회의에서 김 내정자의 주식신고 누락 의혹에 곤혹스러운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위원들에게 이와 관련한 진상 보고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황 대표는 “언론 보도나 몇몇 사람이 제기한 의혹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국방위 여당 차원에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보고서를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그간 새누리당은 무기중개업체 고문활동 및 부동산 투기의혹 등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만 20개가 넘는 의혹이 제기된 김 내정자에 대해 달갑지 않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뜻으로 알려지자 “업무수행 능력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청와대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러나 전날 의혹이 새로 터지고, 김 후보자 임명 강행 시 민주통합당이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히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한 최고위원은 이날 “김 내정자가 국방장관 직을 수행할 능력과 자질이 있다는 견해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너무 많은 의혹들이 계속 터져나와 마냥 감싸는 것도 힘이 들다”고 했다.당 핵심관계자는 “이제 와서 김 내정자가 장관이 된다고 해도 국방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청와대가 포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