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커플링 가속화] 반도체 이어 車도 공급선 다변화 되나?
미‧중 무역분쟁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중국산 부품 글로벌 공급 차질
와이어링 하니스 외에도 PCB 등 전장부품 주요 소재 중국산 의존도 커
2021-03-09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소재‧부품‧장비의 확실한 탈일본을 선언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부품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간 바 있는데 9개월 동안 큰 생산 차질을 빚지 않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산업에서 불거졌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자 와이어링 하니스(전선 뭉치) 등 일부 품목의 수입이 끊기며, 국내 자동차공장이 재고 부족으로 전면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와이어링 하니스의 경우 공정 자체가 수작업 위주로 진행돼 인건비가 낮은 중국으로 공장이 집중돼 있었다. 국내 부품사들은 지난 2000년 중반 이후 수입에 의존하던 와이어링 하니스의 국산화에 성공했는데 현대차그룹의 세계 진출과 함께 세계 각지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다.
국내 생산의 경우 가까운 중국공장에서 공수해오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재고가 많지 않은 부품 특성상 가동 중단이 불가피했다.
꾸준히 거론된 와이어링 하니스 외에도 중국이 독점 중인 자동차 부품은 인쇄회로기판(PCB)이 있다. PCB는 자동차 전장품과 회로부품에 주로 사용되는데, 글로벌 공급을 중국산 저가 제품이 거의 독점하고 있을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
자동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PCB는 자동차의 주광원이 LED로 전환되면서 방열이 중시됨에 따라 일반 동박적층판(Copper Clad Laminate)에서 메탈 기반(Metal-based CCL)으로 소재가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미 미‧중 무역분쟁으로 북미 지역에서 중국으로부터의 PCB 소재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공급처 다변화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탈중국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래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장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부품 소싱에 대한 다변화 정책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
실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아주스틸 같은 국내 PCB 공급 협력사가 반사 이득을 얻기도 했다. 아주스틸은 LED램프에 장착되는 방열 PCB용 MCCL 생산 업체로 현대‧기아차 일부 모델에 들어가는 부품을 납품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산이 늘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중국의 전세계 자동차 1위 시장을 보유한 만큼 자동차 부품 생산량도 많고, 인건비나 원가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다른 지역에서 수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로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는 면도 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지난 2월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손실액만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자동차 부품업체의 가동률이 50~70% 수준에 그치는 등 탈중국과 공급선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