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커플링 가속화]수출도 탈중국 부른다

對중국 수출비중 25%…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는 40% 수준 中성장률 1% 떨어지면 韓수출 2억달러 줄어…“신흥시장 발굴해야”

2021-03-09     이상래 기자
부산항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자 한국 수출산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 국내 수출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 대(對)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7%에서 지난해 25.1%로 높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한국의 전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0.48~0.8%p 하락하고, 총수출은 1억5000만~2억5000만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가 중국에 의존하는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20%대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높다. 업계는 반도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의 중국 수출 비중은 4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대들보인 반도체는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대돼 업황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당초 올해 반도체는 데이터 서버 수요 증가, D램 가격 상승 등으로 업황 개선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9.4%를 상승해 15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이러한 기대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고 장기화되면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인하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요가 큰 스마트폰, PC 등 각종 전자기기 조립 설비가 중국에 몰려있는 탓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3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 48%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반도체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중국은 제조2025 계획 아래 석유화학산업 자급률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원유 기반의 나프타크래커(NCC) 설비 확대와 파라자일렌(PX) 등 일부 제품의 자급률 확대가 국내 석유화학 수출에 치명적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영업이익을 책임지는 PX가 중국 수출에 대부분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 유화업체 헝리는 지난해 상반기 연 450만톤 규모 PX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또 다른 중국 유화업체 헝이는 브루나이에 이달초에 연 150만톤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화학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9.7%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과 단가 하락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국내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8% 급감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에 따르면 액정디바이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7%였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시장 발굴을 통해 특정 시장에 대한 집중도를 완화해 수출 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