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고생, ‘물주’ 잘못 만나 ‘NO처녀’ 된 사연

40대 철도公 간부, 여고생 가출시켜 상습 성관계…1년여만에 덜미

2009-05-15     류세나 기자

수백만원 ‘펑펑’ 쏟아 부은 후 음흉한 본색 드러내
유학까지 보내놓고 ‘몸’ 그리웠는지 “당장 돌아와”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옛말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보통 ‘여자의 운명은 만나는 남자에 따라 뒤바뀐다’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17세 원모양의 사연이 그렇다. 평범했던 원양의 인생이 한 40대 남성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NO처녀’ ‘자퇴생’ ‘절도범’ 등으로 전락하게된 것. 지난 11일 경기도 과천경찰서는 원양을 가출하게끔 유도한 뒤 함께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숙식제공 등을 빌미로 1년여간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어온 혐의(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한국철도공사 전기통신직 4급 직원 김모(49)씨를 구속하고, 원양이 금품을 훔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6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고시원 주인 변모(65)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원양의 인연은 원모양이 중학생이던 지난 2007년 12월께 시작됐다. 당시 원양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에 친구가 입원하고 있어 친구에게 자주 문병을 갔고, 이 때 한 병실을 사용하고 있던 김모씨와 자연스레 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7년여 전 가족 모두를 미국이민 보낸 후 홀로 외롭게 지내던 ‘기러기 아빠’ 김씨는 같은 병실의 A군을 문병오던 그의 친구 중 원양을 유독 귀여워했다. 이 같은 까닭에 짧은 기간 동안에 원양에게 많은 정이 들었던 김씨는 퇴원을 앞두고 원양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테니 연락하라”며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건네준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이때부터 원양과 김씨는 일주일에 2~3차례에 걸쳐 ‘본격적인’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휴대폰 번호를 건네줄 때의 처음 약속(?)대로 원양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줬다. 물론 고가의 선물도 잊지 않았다. 원양과 함께 대형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설 때면 한번에 2백~3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서슴없이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런 씀씀이로 100여일 정도가 흐른 이듬해 3월경, 김씨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호의(?)를 받기만 하는 원양에게 그 대가로 잠자리를 요구한 것. 경찰조사결과 김씨와 원양은 당시 김씨가 거주하고 있던 경기도 화정시의 한 고시원에서 첫 관계를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김씨는 자신의 딸보다 5살이나 어린 원양을 상대로 “피임 도구를 사용하는 게 싫다”며 자신의 친딸 인적사항으로 병원 처방전을 발급받아 원양에게 사후피임약까지 복용케 한 것으로 밝혀졌다.이와 관련 원양은 경찰조사에서 “나에게 너무 잘해주니까 당연히 아빠(김씨)가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만 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황된 꿈 쫓아 자퇴, 그리고 가출까지

경찰조사결과 원양은 김씨와의 만남 이후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여느 십대 여고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하교 후에는 여타의 여학생들과 다른 삶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양의 주머니는 늘 두둑했고, 자신이 갖고 싶고 사고 싶은 모든 것을 김씨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단 그 고마움(?)의 대가로 김씨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어야 했다.

큰 사고 한번 친 적 없이 평범한 학생이었던 원양은 원하는 건 모두 얻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뀐 주변여건 탓에 공부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결국 지난해 11월 자퇴를 결심, 가출까지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원양은 가출 이후 화정시 모 고시원에서 김씨와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필리핀 유학길에 올랐다. 학교를 자퇴한 원양을 위해 김씨가 원양의 유학은 물론 학비조달까지 책임지겠다고 자청했던 것. 하지만 애초의 계획과 달리 원양의 유학생활은 4개월 정도에 그쳤다. 원양을 필리핀에 보내고 이내 곧 마음이 바뀐 김씨가 “당장 들어오지 않으면 생활비 송금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한국에서 검정고시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는 게 경찰에서 밝힌 원양의 진술이다.이에 지난 4월 귀국한 원양은 새 보금자리인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고시원에서 김씨와 또 다시 동거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싱글침대 하나와 책상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방안에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었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완전범죄를 꿈꾸며 김씨는 고시원 주인 등에게 원양을 자신의 딸이라고 소개했고,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게끔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은 김씨 ‘꿈’에 불과했다. 고시원 주인 변모씨가 김씨와 원양의 부적절한 관계를 눈치 챈 것.

남의 허물 악용하려다 되레 철창행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양이 고시원 사무실 내에서 변씨의 금목걸이와 현금 등 금품을 훔친 사실이 변씨에게 발각, 원양은 이를 빌미로 변씨와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조사결과 지난 4월께 원양에게 6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당한 변씨는 “성관계 1회당 3만원씩을 제해주겠다”며 “이에 응하지 않을 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지난 1개월 동안 6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원양과 두 남자 사이에 얽인 사건의 전모는 원양이 도난 신고된 변씨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한 사실이 경찰에 접수,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지게 됐다.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변씨가 경찰에 처음 금품피해 사실을 접수할 당시 변씨는 누가 절도범인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경찰신고 이후 변씨는 스스로 고시원 내부인을 상대로 절도범을 추적해나가던 중 원양의 절도사실을 밝혀내고, 원양에게 경찰에게 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가 시작되자 변씨는 피해를 보상받으려 접수한 도난신고가 오히려 자신에게 화가돼 돌아올 것을 감지하고 원양과 김씨가 거주하고 있는 방에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한 경찰관계자는 “한 눈에 봐도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여학생을 상대로 한 두 남자의 잘못된 성욕으로 한 아이의 인생이 뒤바뀌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간부가 성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만큼 검찰 의 실형선고 여부에 상관없이 내부 징계위원회에서 김씨의 해임∙파면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