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경영난에 노사 갈등까지 ‘첩첩산중’

5년간 당기 순손실액 1조원 넘어…5년 만에 실시한 명예퇴직도 역부족 사측 “사업악화로 일부 휴업 불가피” vs 노조 “부실경영의 책임 전가”

2021-03-15     박주선 기자
경남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벼랑 끝에 몰린 두산중공업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수주 부진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불거질 조짐을 보인다. 회사는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휴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휴업 강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방안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일부 휴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고정비 절감을 위해 대상자에게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며 일정기간 쉬게 하는 방안이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최근 노조에 보낸 ‘경영상 휴업’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 협의 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1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증발하며 경영 위기가 가속화했다”며 “최근 당기순손실 규모를 감안할 때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두산중공업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사측의 일부 휴업 추진을 거부한 상태다. 노조는 “휴업 시행을 위한 협의를 받아들이면 어떤 방식으로든 휴업이 진행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가중될 수 있어 협의 자체를 반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비상경영을 하려면 노동자 숫자를 줄이기보다 경영진이 사재를 출연하는 등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경영상의 이유 등 적법한 경우 휴업을 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 반발이 큰 상황이어서 휴업 추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사측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발전시장 침체와 외부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 등으로 큰 손실을 입은 두산건설에 대한 자금 수혈로 재정적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국내 원전 물량마저 끊기면서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현재 매출은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50%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년간 당기 순손실액도 1조원을 넘어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여기에 신용등급도 하락하면서 부채상환에 대한 압박까지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경영위기를 타개하고자 지난달 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체 정규직 직원 6000여명 가운데 2600여명이 대상이 됐다. 최근 명예퇴직 신청 마감 결과 신청자 수는 500여명으로 집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만에 명예퇴직 카드를 꺼낸데 이어 일부 휴업까지 추진하자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이번 조치가 창원공장 조업이나 사업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만약 정상 가동이 안 될 경우에는 차입금 상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계열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심원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이익이 두산중공업에 귀속되지만 두산중공업 자체의 재무 부담 때문에 자금이 두산으로 흘러가지 못한다는 점이 두산 지배구조의 약점”이라며 “그룹의 허리역할을 해야하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부진은 그룹 전체의 원활한 자원배분에 큰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