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 ‘명과 암’

정부조직법 발목, 장·차관 낙마… 국정 파행

2014-03-24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박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복지확충 등의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국정과제를 점검하는 등 새 정부의 틀을 잡는 국정운영에 몰두했다.취임 직후부터 4강 외교 사절단을 접견한데 이어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 방문 등 자신의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민생행보를 서둘렀고, 연일 청와대 수석과 장·차관들에게 국정과제와 공약이행의 로드맵 작성을 독려하는 주문을 쏟아냈다.박 대통령의 이러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야의 극한대치로 표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목을 잡으면서 국무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등 국정운영은 파행의 연속이었다.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정부 출범 한달이 가까운 지난 22일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또 장·차관급 이상 고위직 5명이 도덕성 등의 논란 끝에 중도낙마하면서 새 정부의 각료는 아직도 완전히 구성되지 못했다.다만 박 대통령은 정부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도발위협에 대해서는 단호하고도 일관된 대처를 보여 국민을 안심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정부조직법 대처와 인사논란 =박 대통령은 새 정부를 상징하는 핵심부처로 일자리 창출과 융합의 엔진이 될 미래창조과학부의 구성에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승부를 걸었다.하지만 정권의 ‘방송 장악’을 우려하며 방송진흥의 핵심기능을 미래부로 넘기는데 강하게 반발하는 야당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가 장기 파행하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박 대통령의 원안고수 의지가 과했다는 비판이 나온 반면 야당의 발목잡기,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치력 부재 등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표류함에 따라 국무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는가 하면 일부 장관들이 임명되지 못하면서 부처별로 예산집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행정이 마비되는 상황이 연출됐다.여기에 박 대통령의 고위직 인선이 검증미비 등으로 ‘부실 인선’의 논란을 빚은 것도 새 정부 초기 동력을 크게 저하했다.박 대통령이 측근이나 실세 정치인 등을 데려다 쓰는 것을 자제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내부 관료들을 중용함으로로써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는 점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특히 차관이나 외청장 인사의 경우, 외부 인사나 정치인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하지만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인재를 뽑기 보다는 믿을만한 이들을 중용하는 '나홀로 인선'에 치중하다보니 검증이 소홀해졌고 결과적으로 문제가 속출했다.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그리고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등 5명이 중도낙마자로 기록됐다.또 청와대에 허태열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꾸려져 있지만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만으로 구성되면서 ‘노’(No)라고 말하지 못하고 박 대통령의 의중만 살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결과적으로 고위직 인선에서 대선 캠페인 내내 강조했던 ‘대탕평’이 지켜지지 않았고 로펌에서 대기업 소송업무 대리인 역할을 맡아 활동한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 인선한 사례에서 보듯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도 소홀히 된 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안보위기 대처는 긍정 평가 = 박 대통령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위협이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특유의 강단으로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대북·외교정책에 대해 “대북관계나 4강과의 관계는 전 정부처럼 낙제점은 아니며 나름 신중하다”며 “상당히 경솔하거나 하지않고 편향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청와대 관계자도 “취임사에서부터 일관되게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도 멈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한 점에 주목해달라”고 했다.북한이 도를 넘는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새 정부에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박 대통령은 지난 한달간 ‘강력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스타일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안정감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국무위원들과 여당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대표적인 것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하는 도중에 대국민담화를 통해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던 일이다. 자신의 원칙을 과시하며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에 긍정적인 평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회를 존중하겠다’던 약속과는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을 놓고는 새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책임정치의 긍정적 모습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내각과 참모진이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