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옷장, "면접볼 때 정장 빌려가세요"

의류 등 기부 받아 청년 구직자들에게 저렴하게 대여

2013-03-25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 취업준비생 강소희씨(여·24)는 얼마 전 입사를 지원했던 회사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면접시험만 통과하면 어엿한 직장인이 된다.그런데 면접시험 치를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선다. 마땅한 정장이 없기 때문이다.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다 보니 제대로 된 정장 한 벌 마련해 두지 못한 것이다.설승호씨(28)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입사시험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마땅한 정장이 없다.집안 형편이 어려운 탓에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만만치 않다.최근 면접시험을 치르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정장을 빌려주는 단체가 문을 열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열린 옷장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비영리 단체다.이들은 지난해 7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문을 열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장 2벌을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들은 잘 입지 않는 정장을 기증받아 손질해 뒀다가 1만8000~2만원을 받고 빌려주고 있다.전문 의류대여 매장보다 평균 5만원 이상 저렴하다.이들이 대여하는 정장은 전문 의상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깔끔하게 새로 태어난다.또 정장 이외에도 셔츠와 넥타이, 벨트, 구두까지 함께 대여해 옷차림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특히 온라인 운영의 특성을 살려 옷을 매개로 한 경험 등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삶을 공유하는 서비스라는 게 열린옷장 측의 설명이다.이런 이유로 서울 청년들 보다는 지방 청년들에게 더 인기가 많다.

한만일 열린 옷장 대표는 “면접을 볼 정장이 없어 고민했다는 청년 구직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단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